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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TERVIEW]사트야지트 다스 "도이치 증권 쇼크, 막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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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트야지트 다스는 아시아경제신문 독자들에게 통화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트야지트 다스는 아시아경제신문 독자들에게 통화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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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금융 파생상품과 리스크 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사트야지트 다스가 '도이치 증권 쇼크'같은 위험을 정부 당국이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28일 밝혔다.

아경북스를 통해 '파생상품'을 출간한 사트야지트는 아시아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차라리 어느 정도 수준의 투기 활동이 필요하고, 또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통화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대비를 촉구했다.
다음은 사트야지트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11·11 옵션쇼크'로 코스피 급락을 유발한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해 영업 정지 및 형사 고발 조치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행이나 헤지펀드와 같은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을 공략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1997. 1998년 아시아 통화위기 동안 아시아 경제는 투기적 공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 시장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로는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런 거래 행태는 실물 경제의 안정성을 깨뜨리고, 시장의 진정한 기능을 파괴할 수 있다.

-옵션 쇼크와 같은 금융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규제와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전 규제는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당국은 해외시장에 대해 관할권이 거의 없고, 해외 기관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둘째, 자유 경쟁 시장을 지키라는 외부 압력이 강하다. 셋째, 당국에는 금융기관들, 특히 해외 기관들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다. 자국 법을 지키게 할 기술과 자원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친다.

정책 입안자들이 진짜 고민해야 하는 건 어느 정도 수준의 투기적 활동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또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파생상품들은 진화하고 있다. 현재 파생상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순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파생상품을 헤지와 아비트리지를 위해서 이용하는 한, 파생상품은 경제적으로 유용하다. 그러나 현재 파생상품은 무엇보다도 투기 목적으로, 즉 리스크를 제조하고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투기를 부추긴다.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에 회사는 갈수록 '금융화'하고 있다. 경쟁과 소비자 압력으로 사업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투기적인 파생상품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회사들도 키코(KIKO)와 같은 공격적인 파생상품 전략을 채택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투기 활동은 변동성과 시스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나아가 파생상품의 복잡함은 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 관행과도 관련된다. 복잡한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을 낳는다. 구매자의 전문성과 파생상품의 복잡성은 역의 관계가 있다. 이런 문제만 극복한다면 파생상품은 리스크의 주요 원천이 되지 않을 수 있다.

-2010년 말에 한국에서는 사실상 한국에서의 경제위기는 종료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당신은 한국 경제의 현재 및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 경제는 서구 선진국들의 통화팽창 전략으로 수출이 증대되는 이득을 봤다. 또 중국과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고성장에 따른 이득도 누렸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경제권에서는 생산물의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 팔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몇몇 나라는 파산했고, 소비지출을 줄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시아식 경제개발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아시아식 개발 모델은 세계 무역과 투자, 특히 수출에 의존한다. 그런데 일부 아시아 국가는 삶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상품 가격이 상승해 무역 경쟁력을 잃고 있다.

유럽의 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머니 마켓에 심각한 파탄이 초래될 수 있고, 아시아에도 이어 자금조달의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경제위기 종료를 말하는 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무 완수" 연설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기상조다.

-지금 경제는 일시적으로 좀 나아졌으나, 2011년에는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시적으로(temporary)"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과도한 채무와 투기적 금융이 추동하는 고성장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과정은 일본의 '거품'이 터진 이후 일본 국민들이 느꼈던 것처럼, 아주 고통스럽고 긴 과정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 가지 국면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서브프라임 문제와 더 포괄적인 신용시장 문제를 겪었다. 2007, 2008년 세계 무역이 좌초됐을 때 신흥시장 문제의 1라운드를 겪은 셈이다.

이제는 국채 부도 위기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신흥시장에서, 또 현물 시장에서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수도 있다. 통화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꽤 있다. 그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언제 생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아직도 큰 현안은 사실상 미해결 상태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말한 것처럼, 인류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현실은 아주 적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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