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일방적 조정안에 EU 정상회의 '삐걱'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독일·프랑스의 일방적 조정안을 놓고 공방을 거듭한 끝에 성과 없이 끝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으나 다른 유럽 국가 정상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방안은 정부 재정부채 규모 제한, 노동자 퇴직(연금수급) 연령 상향조정, 물가상승률-임금상승률 연동제 폐지, 법인세 하한선 설정 등을 골자로 한 것이었으나 이는 타국과의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갑작스레 내놓은 제안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룩셈부르크는 물가-임금 연동제 폐지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으며 특히 오스트리아는 퇴직연령 상향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프랑스·벨기에와 함께 유로존에서 퇴직연령이 가장 낮은 국가다.
이브 르테름 벨기에 총리는 “벨기에 고유의 사회복지 모델이 실패하도록 놔둘 수는 없으며 독일·프랑스의 제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18~19개국 정상들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폴란드와 영국 등 비유로존 국가 10개국 정상은 독일·프랑스의 제안이 단일 유럽 시장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역시 반대했다.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독일·프랑스의 제안이 EU를 유로존과 비유로존으로 분열시킬 위험이 크다면서 거세게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석상 외에서 각국 정상들의 비난은 더욱 수위가 높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27개국 중 절반 이상이 반발했으며 독일의 전통적 우호국인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까지 동참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로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려는 뜻은 아니며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을 통해 3월까지 합의할 여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회원국들의 반응에 실망하지 않았으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모든 회원국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한편, EU 정상들은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과 운용범위 확대도 논의했지만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달 열리는 정상회의로 미뤘다.
유로존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돌발행동’으로 기타 유럽국가들과 대치국면이 형성된 가운데 EU 관계자들은 3월로 예정된 다음 정상회의에서도 ‘대타협’에 이를 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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