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악몽'이 될 론 폴 하원의원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론 폴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견제할 새로운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대내외적인 비판에 직면한 버냉키 의장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론 폴 의원은 내년 회기부터 연준을 감독하는 하원 통화정책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는 ‘연준을 폐지하자(End the Fed)’라는 책을 저술할 정도로 연준에 적대적이다.
그는 “시장이 붕괴한 이후 연준을 문제삼는 것이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소위원회는 그동안 기념주화 발행 같은 일을 처리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통화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의회의 회계감사원(GAO)이 연준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원이 지난해 통과시킨 금융규제개혁법안에는 의회의 연준 감사권이 포함됐으나, 최종안에서는 결국 삭제됐다. 그는 지난주 연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감사 외에도그가 연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책은 얼마든지 있다.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폴 의원은 “버냉키 의장에 반대하는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같은 연준 위원들을 청문회에 소환,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라일 그램리 전 연준 이사는 “폴 의원으로 인해 연준 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면서 “연준은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폴 의원은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QE2)를 치명적인 실수라고 비판해 왔다. QE2로 인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연준의 바람과는 달리 상승하고 있는 국채 금리 역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아무도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폴 의원은 이로 인해 또 한번의 경제위기가 닥쳐, 버냉키 의장이 결국 사임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연준이 나로 인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의 몰락으로 인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와 같은 위기로 점차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폴 위원의 하원 통화정책소위원회의 위원장 임명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보르도 러트거스대 교수는 “버냉키 의장은 지금까지의 거센 비판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면서 “폴 위원이 그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폴 위원조차 “연준의 결정을 뒤집거나 버냉키 의장의 사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버냉키 의장은 나를 ‘악몽’보다는 ‘골칫거리’ 정도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버냉키 의장이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경제 위기가 더 빨리 닥칠 것”이라고 비꼬았다.
론 폴 의원은 1935년 생으로 1978년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몇 번의 낙선을 경험한 후 1996~2010년까지 2년 주기의 하원 선거에 계속 당선됐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신봉자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얼마전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공개 후 줄리안 어샌지(위키리크스 설립자)의 간첩죄 기소에 반대 입장을 표명, 주목을 받았다. 그는 9일 본회의 발언을 통해 "위키리크스가 기소된다면, 이들 기록을 게재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역시 기소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정부가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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