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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레이저 김'과 한국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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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은 '레이저 김'으로 통한다. 눈빛이 워낙 강해 마주보고 있으면 마치 눈에서 레이저 빔(laser beam)을 쏘는 듯 하다고 해서 군 후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김 장관의 입도 눈 못지않아 보인다. 그는 국방장관 후보 자격으로 지난 3일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장에 섰을 때도 거침이 없었다. "북한의 추가도발 때는 항공기로 폭격할 것"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으로 북측이 완전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 "군 내부의 관료적 풍토와 매너리즘을 과감히 도려내겠다" 등등.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현지언론들마저 "김관진 국방장관의 항공기 폭격 발언은 한국전쟁이후 북한에 대한 '가장 강경한 반응'"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북한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의 '공습' 발언에 대해 '제정신이 아닌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누가 바로 '제정신이 아닌 도발'을 자행한 장본인 인지는 세상이 다 알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대통령이 군의 전략이나 전법 등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며 난처한 질문을 던졌을 때도 그의 답변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군사 분야의 달인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라는 법은 없다"고 전제한 뒤 "통수권은 국민의 선거에 의해 나오는 것이며, 장관을 비롯해 합참의장 등 전문요원들이 전쟁에 대한 지도를 잘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보필할 뿐"이라고 응수했다.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이었다.

청문회가 진행된 7시간동안 의자에 등도 기대지 않은 채 시종일한 꼿꼿하고 당당한 자세로 소신을 밝힌 그에게 여야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민들이 든든해할 것"이라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진짜 사나이'의 기개에 감탄했는지 여야는 청문회 직후 서둘러 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그 덕에 주말인 4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이 거행될 수 있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조차 지키지 않은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보여준 초스피드 대응이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더욱 빨랐다. 눈과 입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발도 기민했다. 김 장관은 취임식을 마친 후 헬기를 타고 곧바로 연평도로 날라갔다. 그는 피폭 현장을 둘러본 뒤 연평부대를 찾아 "여러분이 강해져야 연평도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장관은 일요일인 5일 새벽에는 서부전선의 최전방 육군부대를 시찰했다. 그는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직접 적과 접촉하게 되는 전투병들의 전투의지와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며 '전사(戰士) 중의 전사'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이 최근 며칠 사이에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군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의 포격을 받고도 13분이나 늦은 늑장대응, K9 자주포의 허술한 반격 등 국민들의 군에 대한실망감은 걷잡을수 없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우리한테도 저런 군인다운 군인이 있었구나"하는 작은 위안을 느끼던 터였다. "전쟁을 원치는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는 역설이 담겨 있다. 전쟁을 두려워하면 원치 않는 전쟁을 해야 하지만, 전쟁을 치러낼 자신감이 있고 두려움을 버린다면 되레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갑작스런 포격에도 생필품 사재기 등 동요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권력의 3대 세습 등 비이성적 행태를 천연덕스럽게 해치우는 북한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이미 충분히 알만큼 안다.

더욱이 65만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군인은 바로 우리의 아들이고 친구이고 가족이 아닌가. 김 장관은 오히려 이같은 국민적 자신감과 신뢰를 등에 업고 한국군을 진정한 강군으로 키우고, 국방개혁에도 과감히 나서야 할 것이다.

김관진 장관의 한자 이름에 담겨진 묘한 기운에 눈길이 간다. 너그러울 관(寬)과 진압할 진(鎭)이라는 상반된 기운. 필자는 신임 장관의 이름을 접하면서 북한의 유화책에는 너그럽게 대하되 추가 도발 등 우리를 자극할 경우에는 확실하게 진압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김 장관의 레이저같은 형형한 눈빛이 추가 도발을 저울질하는 북한군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오랜 야전생활에서 몸에 밴 그의 강인하면서도 절제된 기운이 우리 군에 그대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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