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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발][르포]'유령도시'로 변해버린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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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더 이상 연평도는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지난 23일 북한의 무차별적인 포 사격을 당한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는 한마디로 '주인 없는 폐가'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25일 오전 11시10분경 해양경찰 함정부두를 출발한 해경정이 연평도 앞바다에 이른 것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무서운 칼바람이 뱃전을 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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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선착장을 나서 처음 마주친 마을은 말 그대로 '잿더미'였다. 이미 대다수의 주민들이 떠나버린 마을은 버려진 섬, 처참한 그 자체였다.

마침 연평도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이 운항이 재개되어 연평도를 떠났던 일부 주민들이 섬으로 들어왔지만 이들은 타고 온 배가 떠나기 전에 다시 타야 한다며 간단한 옷과 귀중품 등만 챙기고 성급히 배에 올랐다.
마치 6.25전쟁 당시 피난 행렬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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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탄의 직격탄을 맞은 인평 초등학교가 있는 인근 마을로 들어서자 직격탄을 맞은 집들은 골재 일부만 남은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 내렸다.

포격을 받은 주택 19동이 불에 타고, 파편으로 훼손된 주택도 12동에 이른다. 직격탄을 맞은 주택은 전소된 후 터만 남아 포격이 있던 당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에 어른 발이 푹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패였고 그 주변 민가 담벼락 10여 곳에 파편이 박힌 흔적이 남아있다.

167번지길 도로를 따라서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이 널브러져 있고 끊긴 전깃줄은 바닥에 늘어져 위태로워 보였다.

도로 한 복판에는 포탄 파편과 무너져 내린 벽돌, 깨진 유리창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주인이 떠나버린 빈집들은 불에 타거나 벽지가 뜯어져 덜렁거리는 흉가로 변했고, 시린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매섭게 몰아쳤다.

그나마 폭격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던 주택들도 전부 포탄의 파편과 충격으로 인해 유리창이 전부 박살나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때 사람이 도로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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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한 전신주는 '기역(ㄱ)'자 모양으로 부러져 아슬아슬한 형태였다. 전신주에 연결된 고압 케이블의 끊어진 단면에서는 여전히 불꽃이 튀고 있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주택 근처에서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 나란히 붙어 있는 2층집 2채와 단층집 1채가 집 형태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있다.

1700명이 이르는 주민들 대부분이 섬을 빠져나가 뒤 연평도 일대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적막감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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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1차 공격 목표였던 K-9진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북한의 기습적인 포탄 공격으로 진지 곳곳은 폭발의 흔적과 탄피가 널려 있고, 진지를 위장하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은 전부 불에 탔다.

해병대 부대 뒤편 언덕에 위치한 K-9 자주포 진지 내 5m 높이 단단한 콘크리트 벽은 포탄의 충격으로 가운데 큰 홈이 패여 있는가 하면, 주변 벽면에도 포탄의 파편으로 곳곳이 패여 있다.

수 십 포의 포탄으로 생긴 흔적과 남아있는 검은 그을음은 당시 북한 도발로 인한 충격을 가늠케 한다.

연평부대 중대장 김정수 대위는 “적의 포탄으로 인해 화염이 발생하였고 주둔지 포상 좌측과 우측 뒤쪽의 차량 대피소까지 전체적으로 화염에 휩싸였다”고 포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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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격 당시 방탄모가 불에 타는지도 모르고 대응포격에 나선 해병대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해병대 연평부대 이경주 하사가 쓰고 있던 방탄모는 폭발과 함께 겉면이 완전히 타버려 철제 내부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임준영 상병의 방탄모도 앞부분이 거의 타버렸다.

임 상병은 "훈련 중 갑자기 포탄이 날아들어 부대원들과 급히 진지 내 대피호로 몸을 숨기던 중 엄청난 화염이 등 뒤를 덮쳤다"고 회상하며 “포탄이 낙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포내에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11시 연평도를 떠나는 마지막 배에는 끝까지 남아있던 주민 50여명이 정든 마을을 등지며 인천으로 향했다.

한편 CNN, 폭스뉴스 등 방송사들은 추수감사절인 25일에도 연평도 관련 후속 기사를 톱뉴스 등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CNN은 "도발 후 언론에 처음 공개된 연평도는 현재 대부분 주민이 떠나간 상태로 '유령 마을(ghost town)'과 같은 상황"이라고 묘사하면서 현지에 파견된 자사 특파원을 연결해 피해 상황 등을 자세히 전했다.

연평도 현지에 파견된 CNN 특파원은 부서지고 시커멓게 불탄 민간 가옥 등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아직도 심하게 타는 냄새가 난다", "집안의 모든 가재도구가 다 부서지고 탔다", "모든 것을 잃었다" 등의 표현으로 피해 상황을 알렸다.


연평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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