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질서 재편 중..韓, '중간자' 위치 활용해야"
이성태 전 한은 총재 퇴임 후 첫 강연.."과학·서비스 역량 강화, 고용에 힘써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제경제 질서 재편 중..한국은 '중간자' 위치 잘 활용해야"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에서 "'위기 이후 경제 금융 환경'은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금융 산업에 관한 규제·감독 등 제어능력의 균형회복을 추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은 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중간자' 지위를 오히려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총재는 2007년 이전까지의 세계 금융환경은 '규제가 필요한데 막상 규제는 다 없어진 상황'이었다고 정의 내렸다. 법규나 제도, 자율규제 등 각종 제어장치를 통해 금융과 관련한 인간의 본래적인 탐욕을 제어를 해야 하는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규제는 나쁜 것, 하면 안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
그는 "50~60년대 미국의 전쟁비용은 재정적자로, 이는 다시 경상수지적자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의 '달러 홍수'를 불러왔다"며 "이후 금융규제들이 점차 완화되면서 고정환율제, 금리규제, 상품규제 등이 하나씩 철폐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겸업화도 나타나게 됐다. 여기에 금융의 증권화, 정보통신 발달, 파생상품 설계 등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더해지면서 금융기술은 발달하는데 규제책은 없는 속수무책 상태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위험은 전가하거나 분산시키는 것이지 위험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며 "금융위기에 파생상품이 끼친 영향이 컸지만 이를 없앨 것이 아니라 위험 분산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반적인 동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이같은 '위기 이후' 그간 세계경제를 선도해 온 미국 등 선진경제권이 주도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 등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고 해도 '대체 세력'이 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21세기 첫 10년에 비해 두 번째 10년에는 주도능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세계 경제는 구동능력과 제어능력의 균형 회복에 힘쓸 때라고 분석했다.
신흥시장의 자본유출입은 더 이상 자율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의견에 세계적인 동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자본규제, 유동성 규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인 'SIFI'규제, 파생상품, 신용평가 등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에 관한 규제감독 강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환율 변동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이어짐에 따라 상호감시를 서로 권고하는 시스템 등 새 국제경제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정책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봤다.
한편 금융위기가 한국에 남긴 것은 우리가 정말 '지구촌'에 살고 있고 한국도 지구촌의 사건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실감케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의 유출입에 취약한 경제구조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현재 한국의 국제부채 수준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통일이후, 고령화, 각종 연금 등을 생각하면 재정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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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남은 과제에 대해서는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과학기술과 서비스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도록 성장의 고용유발계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재는 한국이 현재 위치는 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중간자'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간자는 역사적으로 위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지고 있는 역량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가진 것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따라서 오히려 이같은 지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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