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 "더러운 손"이라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청와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뒤 시한부 농성을 전개했다. 그는 100시간 동안 국회에 머물면서 이 대통령에게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권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 중이거나 기소해 재판 중인 사안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원내ㆍ외 병행투쟁 방침으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발생한 당내 파열음은 그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차 강경파 지도부의 반발에 밀리면서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기 전 예산심의 복귀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부 당직자들과 의원들의 불만이 거세게 분출됐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최고위원에게 확인해 보니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이라고 하는데, (손 대표 측이) 무책임하게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며 "의총이 확정된 사안을 놓고 결정짓는 거수기에 불과하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이번 투쟁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제 장외투쟁을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라도 이끌어 낸다면 실패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는 23일 KBS라디오 교섭단체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게 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및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손 대표는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답이 없었고 국회와 야당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결코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기어코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게 하려면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검찰에게 부여된 특혜와 특권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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