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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신성장동력 화력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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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2011년 경영계획

삼성-스마트 파워 업, 현대차-품질경영, LG-전기차 배터리 ‘올인’


연말을 맞아 주요 기업의 새해 경영(사업)계획이 관심사다. 이들 주요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기상도인데다 관련 분야의 온도를 알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들 주요 기업들의 사업 방향에 따라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보안 속에 ‘진행 중’이다. 최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밝힌 ‘키워드’를 토대로 새해 경영전략을 미리 조망해봤다. <편집자 주>

재계, 신성장동력 화력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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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 워커힐호텔에는 이른 새벽부터 각 언론사에서 나온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기자들이 장시간 대기한 이유는 외신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 유수의 CEO를 만나기 위한 것도, 서울 비즈니스 서밋을 취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상당수 취재진은 예상과 달리 회의에 참석하는 국내 재벌 총수들에게 궁금한 한 마디를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서였다.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종종 걸음으로 회의장으로 직행하는 재벌 총수들에게 말을 걸기란 쉽지 않았다. 세계적 대회인 만큼 경비가 삼엄했고, 무엇보다 재벌 총수들의 입이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취재진이 질문 할 수 있던 말은 단 두 마디. “내년 경영(사업)계획 잡으셨습니까, 내년 주력사업은 무엇입니까.” 아무리 해당 기업에 전화해도, 떼를 쓰고 찾아가도 들을 수 없는 확 잡히는 사업계획 얘기를 재벌 총수들에게서 만큼은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단답식. “잘 돼가고 있습니다, 곧 나오겠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약간의 힌트는 주고 자리를 떴다는 것.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의 비자금 관련 수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생각했는지 취재진을 멀리하다 “내년에는 태양광(쏠라)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좋은 기회가 있으면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다. 석유화학 부문이 주력 사업이 될 것이다”라는 정도의 단서만 남겼다.

또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내년 조선 시황도 기대가 힘들다. 대신 전기전자, 엔진 등에 주력하겠다”고 짧게 말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내년에도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질문에 답이 있다”며 내년의 주력사업은 ‘신성장동력’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정도였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입이 무거워졌다. 내년 경영계획을 밝히라는 취재진의 아우성에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물론 한해를 계획하는 일이 쉬울 리 없지만 정도가 심해도 아주 심하다는 게 취재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같은 경향은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시작된 불확실성이 기업들을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성 증대 사업구상 쉽지 않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획은 해당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대외비다. 그런데 지금은 사업계획 짜기조차 힘들다.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공식 발표 전까지 수정하기 바쁠 것 같다”고 애로를 설명했다.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들어가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업 구조가 내수 중심이라면 얘기는 간단하다. 내년도 경기 전망과 수요,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 뚝딱 해치워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확실성이 강한 1960년대에나 가능했던 얘기다.

지금은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를 감안해 환율은 어느 선이 되고, 유가는 배럴당 얼마가 될 것인지, 또 금리는 얼마가 되고, 물가상승률은 올라갈까 내려갈까 등을 다 따져 전망치를 내놓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사업과 계속 사업은 무엇으로 할지 등을 감안해 세워야 한다. 말이 추정치지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나오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들어 변수가 더욱 많아졌다는 점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똑 떨어지는 답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원은 내년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2011년 한국 경제는 올해 5.9% 성장의 빠른 경기 반등에 이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은 예상되지만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이태근 연구위원도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은 4% 내외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활력이 뚜렷이 저하되고 향후 수요 확대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 기업의 매출 구조가 일반적으로 수출 70%, 내수 30%라는 점은 담당자들의 머리를 쥐나게 한다. 수출 지향적인 사업 구조다 보니 상대국의 환율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교역량 감소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원화 가치가 100원 절상된다고 가정하면 정보기술과 자동차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약 5조 원과 3조 원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를 매출로 따지면 한순간에 수백조 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 기업으로 치면 작년 91조의 매출을 올린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몇 개씩이 순식간에 들썩일 수도 있는 액수다.

각 기업들이 내년도 전망치를 내놓기를 더욱 버거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대략적으로 밝히는 내년도 경영계획의 핵심은 ‘신성장동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다. 기업의 색깔에 따라 외형을 키우거나 안정 경영을 기조로 내세우긴 하지만 결론은 “기회가 되면 화력을 집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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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내년엔 뭘 먹고 사나 ‘골머리’

가장 공격적인 기업은 역시 삼성그룹이다. 지난 2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복귀 이후 경쟁사가 부러워할 만큼 투자액이 늘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건희 회장 복귀 후 사업 투자액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거들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26조 원을 투자해 전년치를 경신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30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그룹은 추산하고 있다. 삼성의 이 같은 투자 계획 뒤에는 ‘초일류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숨어 있다.

경쟁사와 다른 제품을 만들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삼성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지향점이다. 또한 삼성그룹이 올해 5대 신수종사업으로 밝힌 태양광, LCD, 반도체 등은 지속 사업으로 계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주목을 하는 사업분야는 스마트TV다. 삼성전자는 LCD·LED·PDP 등 평판 TV를 내년에도 6000만대 이상을 팔아 6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TV와 휴대폰을 연동시킨 차세대 TV를 만들어 ‘글로벌 삼성’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부 사장은 “TV와 휴대폰을 연동시키는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내년에는 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이 다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내년도 경영계획의 0순위는 글로벌화다. 조금은 유동적이지만 현대차는 브라질 현지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차는 이로써 ‘한국-미국-중국-인도-터키-체코-러시아-브라질’을 연결하는 ‘현대차 벨트’를 완성하게 됐다. 또한 현대차는 이제 밑지고 파는 장사는 안 하겠다고 말한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지난 10월28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만큼 이에 맞게 제값을 받아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아닌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또 내년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7150만대로 올해보다 6.5% 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올 하반기 출시된 신차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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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카 등 친환경차 부분에도 할 일이 많다. 2013년까지 협력사들과 함께 친환경차 개발에 쏟아 부을 자금 예상액만 2조2000억 원 가량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부분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굴욕을 당했던 LG그룹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 기업 분위기도 사뭇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새해 사업계획도 공격적이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LG그룹은 11월 들어 LG상사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어, LGCNS, LG전자(12월 초)가 차례로 컨센서스 미팅(CM)을 갖고 내년도 경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룹 내외부에서 들려오는 얘기가 한결같이 내년에는 ‘신성장동력 사업’에 매달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G20 서밋에 참석한 구본무 회장의 말과도 일치한다.

LG가 신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사업은 과연 무엇일까. 재계는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전지’를 1순위로 꼽는다. 지난 7월 구 회장이 미국 미시간 주 LG화학공장 착공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던 그곳이 바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미시간에는 GM과 포드 제조공장이 있어 생산만 해내면 수요처는 얼마든지 있다. 이쯤 되면 LG그룹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상징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LG화학 미시간 공장에는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3억 달러가 투자된다. 2012년 3월 첫 생산을 시작으로 2013년엔 전기자동차에만 공급하는 배터리 6만대를 생산한다.

또 다른 목적사업은 태양전지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매출 3조 원을 내는 매머드 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LG그룹은 LG화학에서 태양전지 원자재 플리실리콘, LG이노텍에서는 CIGS 태양광모듈, LGCNS에서는 태양광발전소 시공사업을 하는 등 태양광사업의 삼각 편대를 갖출 계획이다.

SK그룹의 내년도 중점도 ‘신성장동력’ 찾기다. 최태원 회장도 사장단 회의를 통해 항상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문한다고 한다. SK그룹은 최근 가진 성장전략회의를 통해 3대 핵심 신규 사업분야를 선정하고 2020년까지 신에너지자원 확보, 스마트환경 구축, 산업혁신기술 개발에 17조50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올해는 산업혁신기술개발에 7000억 원, 신에너지자원 확보에 4000억 원, 스마트환경 구축에 2000억 원 등 총 1조3000억 원이 들어간다. 특히 2011년에는 투자액을 30% 가량 더 늘려 탄력을 붙일 계획이다.

산업혁신기술에 8000억 원, 신에너지분야에 4500억 원, 스마트환경에 4500억 원 등 내년도 총 예상투자액이 1조 7000억 원이다. 최 회장이 지난 G20 서밋에서 국내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신재생에너지 부문 컨비너(의장)로 회의를 주도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차세대 사업으로 ‘석유화학’을 꼽고 있다. 차세대 기능성소재(Performance Materal)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롯데의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의 대형 석화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 원에 인수했고, 지난 10월30일에는 탄소복합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 지분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20조 원에 달하는 세계 탄소복합재 시장에서 5년 내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롯데의 탄소복합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점핑된다. 그 원년이 2011년이 될 것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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