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도 '매물폭탄 작전'미수 포착..외인 '도덕적 해이'재부각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 지난 2005년 4월 14일. 코스피 지수가 27.39포인트 하락한 953.92로 마감했다. 장막판 프로그램 매도가 몰리며 낙폭이 2.79%에 달했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마감 동시호가 이전까지만 해도 약보합세던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져 나오며 2.7%나 추락했다. 한국 대표 우량주들을 위주로 시세판이 파랗게 물들었다.

5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두 번의 급락 사례는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외국인의 매매행태에 따라 시장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약점을 노출한 셈이다. 전혀 예상을 못한 뒤 막상 일이 터진 후에야 원인을 찾아나서는 점도 대동소이하다.


게다가 외국인의 매매 수법이 진화했지만 국내 시장과 감독당국, 시장참여자들은 전혀 낌새도 채지 못해 점차 글로벌화 되는 국내 증시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보여주고 말았다는 평가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번 급락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05년의 4월 옵션만기일에도 전날까지 시장 흐름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만기일인 4월14일이 되자 외국인은 9800계약이 넘는 선물을 순매도 하며 시장베이시스를 백워데이션으로 돌려놨고 장막판 국내 연기금들이 차익거래를 위해 현물을 내다 파는 악순환이 겹치며 낙폭을 키웠다.


당시와 지난 11일의 하락은 지수 하락이 기업실적과는 연관성이 적었고 옵션 만기일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점이 비슷하다.


2005년의 하락은 외국계펀드 세무조사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며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뒤흔들었고 이것이 선물매도로 이어져 현물 시장 폭락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11일의 폭락도 실적보다는 환율과 연계된 매도 패턴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와 다른점은 11일 시장에서 선물시장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외국인이 선물을 끌어내리며 현물이 동반 폭락한 경우지만 이번 사태는 선물과 옵션간의 조합으로 벌어지는 합성선물이 매수를 유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답은 증시에 있지 않고 환율 시장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수차익잔고 청산은 선물과 합성선물 스프레드 차원에서는 무리였지만 환율과 연계해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시작된 시점의 환율이 1250원대였지만 현재는 1100원대로 낮아지며 최대 11%의 차익을 얻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도 청산 규모와 비교해 보면 1500억원 이상의 환차익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신영증권 한주성 애널리스트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올해 순차익잔고 추이가 환율과 밀접한 동행 관계를 보였다"며 원화가 강세를 보일때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는데 이 자금의 매수주체가 외국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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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순매수를 위해 달러를 들여오며 원화가 강세를 보였고 환율이 기대만큼 하락한 상황에서 G20정상회의를 통해 원화 약세가 예상되자 과감히 환차익을 노리고 매도에 베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침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112원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일부 헤지펀드 청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주식 현물과 선물 옵션에 환율까지 더해지며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감독당국의 대처 수준은 미미하기만 하다. 당국은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환율까지 영향 받는다면 시장 흐름 파악에 뒤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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