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의류 수출업을 하는 왕 사장은 환율 얘기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린다. 결제 수단으로 달러화를 이용하는데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비슷한 폭으로 순익이 계속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식탁을 차리러 시장에 나간 왕 사장 부인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분명 9월 말까지는 쌀이 500g에 2.15위안 정도 했는데 한 달만에 쌀값이 2.19위안으로 올랐다. 식용류는 5% 가량 가격이 올랐고 토마토 가격은 10% 뛰었다. 가지 등 일부 채소 값은 두 배가 됐다.
◆美 무역 적자에 '허덕'..中 흑자폭 확대에 '가시방석'=10일(현지시간) 중국 해관총서는 10월 무역수지가 27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250억달러를 웃돌았으며 9월 기록인 169억달러보다도 크게 늘었다.
반면 미국 상무부는 9월 무역수지 적자가 44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에 비해 5.3% 감소했고 시장 컨센서스인 450억달러 적자를 밑도는 수치이지만 여전히 적자 규모는 크다.
이미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6450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더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 등 외부압력에 중국은 환율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시기에 맞춰 위안화 절상폭을 키우고 있다. 현재 위안화의 하루 변동 허용폭은 달러화에 대해 ±0.5%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근 핫머니 유입 억제를 위해 단기 외화표시 채무 한도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커지는 인플레 압력..출구전략은 이미 시작 =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0월 연중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취했던 각종 완화정책을 서서히 거두어들이고 고삐를 다시 죄는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다.
인민은행은 전날 밤 오는 16일부터 위안화 예금 지준율을 0.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준율 인상은 올해 1월, 2월, 5월에 이어 4번째로 인상됐으며 예금과 대출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했던 지난달 20일에서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중국이 잇따라 긴축 정책을 내놓는 이유는 정부 통제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 물가 때문이다.
이날 중국 통계국은 10월 CPI 상승률이 4% 이상을 기록,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CPI 상승률이 3.6%로 23개월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바 있다. 글로벌 곡물 가격 급등으로 식품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나온 결과다. 식품가격은 중국 CPI 에서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10월 CPI 상승률이 연내 최고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감지한 중국 국가발전개발위원회는 처음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 3%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의 물가 관리로 올해 목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자신감이 사라진 것.
올해 중순만 해도 중국 내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이 3분기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한 후 4분기부터 다시 완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석유, 철광석, 곡물, 면화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4분기에 과연 인플레 압력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지준율과 금리인상이 연내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신화통신은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연내 두 차례의 추가 지준율 인상,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재경대학의 권뎬용 교수는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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