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日, 韓, 中에 강한 견제구
한·인도 CEPA 실효성 더 높일때
일본과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달 25일 체결됐다. 일본을 방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했다. 4년간의 긴 협상 끝에 맺어진 결과다.
싱 총리는 이 협정을 "역사적 성과"라며 "인도와 일본 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줌은 물론 양국 무역과 투자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일본의 간 총리도 "일본ㆍ인도 경제협정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화답했다.
일본이 인도와의 EPA 체결을 서두른 데는 여러 포석이 있다. 첫째는 물론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양국 간 EPA가 발효되면 향후 10년 안에 대부분의 교역 품목 관세가 철폐된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산업제품의 관세철폐는 물론 카레, 찻잎, 목재, 새우 등 일부 농수산품의 인도 시장 접근도 훨씬 용이해진다. 관세 철폐와 더불어 양국 투자촉진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도 도입된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최근 일본은 센가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큰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중국이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시키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하자 일본은 사실상 굴복했다.
이런 '수모'를 겪은 일본은 향후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일본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엄청나다. 올 들어 6개월 동안 일본ㆍ중국 교역 액은 1760억달러에 달한 반면 일본ㆍ인도 교역 액은 77억달러에 불과했다.
세 번째 이유는 인도 진출에서 한국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인도 간에는 지난 1월부터 이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상태다.
일본 정부 관리들은 EPA 체결 후 "일ㆍ인도 EPA 수준이 한ㆍ인도 CEPA보다 더 진전된 협정"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일ㆍ인도 EPA의 관세철폐 기간은 10년으로 한ㆍ인도 CEPA(8년)에 비해 2년이나 더 길다. 결코 진전된 협정이 아닌 것이다. 일본 정부가 그만큼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일ㆍ인도 EPA 체결로 인도 시장을 둘러싼 한ㆍ일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신들은 일본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타도 한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외견상 우리나라는 인도 진출에서 현재 일본 보다 앞선 것처럼 보인다. 인도와 먼저 FTA를 체결하고, 인도에서 LG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기업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그러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은 인도 진출의 여러 실질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첫째, 일본은 인도에의 최대 공적(ODA 개발원조)기금 원조국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23억4,000만달러를 인도에 지원했다. 델리 지하철은 일본의 ODA자금을 재원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둘째, 일본의 대인도 투자 절대 규모는 우리보다 크고 진출 지역도 넓다. 우리 기업들이 델리, 첸나이, 뭄바이 등 3개 지역에 집중 진출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인도 전역에 포진해 있다. 일본이 야심차게 시행 중인 델리에서 뭄바이를 잇는 장대한 산업벨트 프로젝트는 이의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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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본과 인도는 매년 정상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말에도 인도를 방문해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비해 인도와 FTA를 먼저 체결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선 안 된다. 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진출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 일본처럼 한국 정부도 일회성이 아닌 한ㆍ인도 정상 회담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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