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비자금?'..전방위 수사에 정ㆍ재계 불만 고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치권ㆍ재계 동시사정에 나선 검찰이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청목회(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로비' 33인 리스트를 두고 여야가 함께 '견제모드'에 돌입했고 전방위 수사에 숨죽이던 기업들도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가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정치인 33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지난 1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검찰이 지나치게 (정치권을)수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검찰에 경고를 한다"며 이 같이 말하고 "정치인을 범죄인으로 몰아선 안 된다. 검찰이 증거도 없이 국회의원을 소환하려는 건 국회의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검찰 견제에는 여야가 없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목회 사건'은 의원들의 정당한 입법활동"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어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금 10만원을 받은 게 문제라면 의정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소액다수 후원을 권장하는 법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섰겠느냐"고 강조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라며 수사 절차를 꼬집었다. 이들을 포함한 여야 상당수 의원이 검찰의 이번 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기업들도 불만이 고조되긴 마찬가지다. 한 달 반 동안 진행된 '기업사정'이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재계 불안감만 키우고 있고 '어느 기업이 다음 수사 대상이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한화그룹 본사 압수수색으로 기업 수사 신호탄을 쏘아올린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최근까지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협력사인 태경화성 등 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상대로 5차례 압수수색을 했지만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는 아직 가까이 다가서지 못 했다.
태광그룹 수사도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이호진 회장의 개인 사무실과 계열사 2곳, 이 회장 모친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 자택, 서울지방국세청 등 10여곳을 무차별 압수수색 했지만 의혹의 몸통인 이 회장 사법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정치권 로비 리스트'같은 추가 의혹을 양산하며 긴장감만 키우는 실정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약 1년 반 만에 활동을 재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재계 살생부' 양산기 노릇을 못 벗어나고 있다. 중수부가 C&그룹 압수수색으로 복귀전에 나선 뒤 법조계와 재계에는 '다음 타깃'이 어디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업명 3~4개가 '정치인 로비리스트'와 함께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의혹은 C&그룹을 타고 금융권과 정치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계속 들쑤시는 상황에서 기업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 본업에 충실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사 대상인 기업은)언론 보도 살피며 가만히 있는 게 일"이라면서 "차라리 빨리 수사를 진행해서 밝힐 건 신속하게 밝히고 마무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다음 수사 타깃'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검찰의 철저한 정보 관리를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를 받는 기업은 말 할 것도 없겠지만, 업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매우 안좋다"고 말했다.
수사 관련 소문이 난무하는 상황에 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수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적절한 대응으로 소문이나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스스로도 명확한 가닥을 못 잡았기 때문에 난무하는 루머 앞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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