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체험성·꿈 보여준 '남격'
모든분야 반영해 사회 품격 높이자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요즘 세간에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선보였을 때 생뚱맞은 조합의 남자들이 출연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영 어색했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컸다. 시청자 타깃도 제대로 잡지 못해 적당히 가다가 중도 하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엔 음악감독 박칼린이라는 스타 탄생에 탄력이 더해졌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히딩크에 이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평가된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먼저 진정성을 꼽을 수 있다. 연출되고 편집되면서 제작자의 의도에 맞춰지는 종전의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적나라하게 있는 그대로를 화면에 담은 것이다. 억지 춘향격이 아니라 출연자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사실성을 높였다. 서로 옥신각신하며 삐거덕거리는 털털함에 재미도 곁들여진다. 이웃사촌들의 자연스런 스냅사진을 보는 느낌이랄까. 시청자들이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친근함이 배어 있다.
체험성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양한 분야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전시효과가 아니라 각자의 능력에 맞게끔 그대로를 담았다. 요령과 잔기술을 넣지 않다 보니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잠깐 맛만 보는 1회성에 그치지 않고 될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체험의 생생함을 확인시켜줬다. 또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이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출연자들 스스로를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은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셈이다.
또 한 가지, 꿈을 들 수 있다. 부동산, 교육, 승진 등 처절한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세상살이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그 꿈은 멀리 있고 이뤄질 수 없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작은 것 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보잘 것 없는 악기 하나를 다루게 되면서 느끼는 감흥에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합창에 율동까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깨닫게 해줬다. 꿈을 꾸지 않으면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것이다.
걸그룹과 짐승돌로 순간의 눈길만 사로잡으려는 TV세상에서 '남자의 자격'은 우리네 삶을 투영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고 있다. '남격'에는 내 아버지와 내 아들이, 가장과 가족들이, 늙은이와 젊은이가, 샐러리맨과 자영업자가, 전문직과 일용직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조화가 녹아 있다.
'남격'에는 사시합격, 알고보니 숨겨둔 재벌가의 자식, 행운과의 우연한 만남 등 TV에서 너무도 오래 써먹고 있는 '히든 카드'가 없다. 사실 인생역전을 꾀하는 '한방'은 평범한 일상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 허황된 꿈만 꾸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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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의 스펙트럼을 넓혀보자. 국가의 자격(국격), 가장의 자격(가격), 회장의 자격(회격), 공무원의 자격(공격), 정치인의 자격(정격)….
모든 '격'에는 이처럼 진정성, 체험성, 꿈의 3가지 요소가 들어가면 '격'이 선다. 어느 순간에 느닷없이 생기는 게 '격'이 아니다. '격'은 일상부터 일상까지 만들어진다. 한방에 이뤄진 '격'은 한방에 무너진다. 주요20개국(G20) 회의가 불과 한 달 남았다. 국격의 새로운 시작일 뿐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격'의 품위를 높이는 모멘텀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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