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난 5년간 금융감독원 2급 이상 퇴직자 88명 전원이 퇴직 직후 금융사에 취업한 것으로 어제 국정감사에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82명은 감독을 받아온 금융회사의 감사로 갔다고 한다. 감독원이나 정부 관료들의 낙하산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이제는 당연시되며 상식처럼 통한다는데 있다.
금융사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채용하는 이유는 누구나 안다. 감독원의 껄끄러운 감사를 무마하고 징계를 받을 경우 그 수위를 낮추기 위한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주장대로 금융사 약점을 알고 있는 금감원의 요구로 자리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있을 것이다.
금감원 출신의 산하기관 낙하산이 문제가 되자 작년말부터 '감사 공모(公募)제'를 시행했지만 금감원 퇴직자만 공모에 참가하는 등 올해 선임된 감사 중 60% 이상이 역시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만 공모이지 사실상 금감원 출신으로 내정해 금감원과 금융회사간의 '공모'(共謀)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내정된 사실을 응모한 사람은 들러리를 선 데 불과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상대로 취업공고에서 사기친 것이나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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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금감원은 최근 3년내에 담당한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을 제한한 공직자윤리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퇴직대상자를 지방출장소나 인력개발실로 발령을 내는 등으로 '보직 세탁'까지 시켜주었다. 국민들에게 법규 준수를 강제하는 기관이 앞장서 법규를 회피하는 모양새는 어떤 식으로든 보기에 좋지 않다. 이러고서도 감독원장은 "(낙하산에 대해)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점진적으로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연 일반 기업들이 법규 위반을 하고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봐줄 수 있는가.
공직자가 퇴직후 재취업할 곳을 알고 있다면, 그들이 재직중에 과연 그 곳을 향해 소신있게 일 처리를 할수 있을까 의문이다. 편법을 동원해 유관 기관 취업을 감독원이 조직적으로 앞장서는 것은 문제다. 감독원뿐 아니라 낙하산 시비에 휘말려 있는 다른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면 '공정사회'를 외치는 소리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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