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언급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은 '상생경영'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삼성의 경쟁력을 말해준다. 삼성은 이 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지난 80년대부터 상생경영을 펼쳐왔다.
15일 삼성에 따르면 컬러TV용 부품 공급업체였던 이랜텍은 1996년 삼성전자로부터 휴대폰용 배터리팩 개발 요청을 받고 이듬해부터 생산에 성공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 2475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랜텍은 삼성전자에 TV용 부품을 공급하며 쌓은 제조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인 휴대폰용 배터리팩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 개발에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지원 자금과 기술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에 액정표시장치(LCD)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NCB네트웍스는 지난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협력회사 지원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검사기 개발에 성공했다. NCB네트웍스의 기술 개발에는 협력회사의 기술 관련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크레파스(CrePas : Creative Partnership) 프로그램의 뒷받침이 있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은 직접 NCB네트웍스 연구소로 찾아가 기술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창근 사장은 "삼성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공인받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기판유리 원료인 라임스톤과 실리카 샌드 등을 생산하는 에스에이씨는 삼성코닝정밀소재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고 라임스톤 국산화에 성공했다.
양사는 지질 분석을 통해 30개의 후보지를 15개로 줄인 다음 직접 발로 뛰며 표본을 채취하는 등 원료 국산화 초기부터 완료까지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획기적으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고, 에스에이씨는 브라운관TV용 유리 원료를 생산하던 옥천 공장을 부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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