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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 '잃어버린 20년' 시사점은

최종수정 2010.08.02 18:22 기사입력 2010.08.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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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일본 경제가 기나긴 디플레이션의 터널에서 도통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과 정책자들은 부채 삭감과 경제 회복·디플레이션 타개 등 다방면에서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까지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내기는 요원해 보인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각국 정부가 앞 다퉈 경기부양책 철수에 나서는 등 긴축 시행을 고려중인 시점에서 이들이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던 지난 6월.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난 20년간 '금기'로 여겨졌던 소비세 인상을 주장했다.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두 배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민심은 냉정했다. 지난달 초 진행된 참의원 선거에서 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대패했다.

각 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철회하고 긴축 정책 시행 도입에 나서려 하는 최근 시점에서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과거 10여년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존재했다.

지난 1996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엔 약세와 이로 인한 수출 촉진에 힘입어 5.1%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세는 해를 넘어간 1997년에도 지속됐다. 고용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소비자 지출 역시 부진했지만 이 점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정부는 공공 지출 삭감 등 재정적자 문제 해결에 열정적으로 나섰다. 정책자들은 몇 년간 진행한 막대한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했다.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 상황으로 인해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소비를 줄였고, 경기는 점차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기존 3%에서 5%로 인상된 소비세는 특히 아시아 지역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촉발되면서 일본 경기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로버트 펠드맨 모건스탠리MUF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경제 전반에는 일본 경제가 견고하며, 재정 지출 축소에도 확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다"면서 "따라서 정책자들은 세금을 인상하고 동시에 지출 삭감에 들어갔으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경제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급격한 소비 지출 감소는 소비자 물가 하락과 이어지면서 제조업체들과 소매업체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맥아 성분이 덜 함유돼 있어 맥주보다 가격이 싸지만 맛은 비슷한 유사 맥주가 인기를 끌었으며, 일반 옷 가격의 3분의1 가량의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유니클로의 옷이 선풍적으로 팔려나갔다. 이토-요카도 등 슈퍼마켓은 인상된 소비세를 환불해준다는 이유로 모든 제품의 5%를 할인했다.

공격적인 판촉 활동에도 불구, 1998년 일본의 신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 급락했으며 백화점 매출 또한 5% 미끄러졌다. 그 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는 거의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이토 세이이치로 매니지먼트컨설팅의 씽크탱크인 NTT데이트인스티튜트 애널리스트는 "누구도 단 2%포인트의 소비세 인상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물가 하락은 10년이 넘게 흐른 현재까지도 지속되면서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신문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각국 정부가 긴축 정책 시행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자들에게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치솟는 정부 부채 불안정한 시장 상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극단적인 정책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라이시 코우스케 미쓰비시리서치인스티튜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그 당시 보다 적극적인 통화확장 정책이 시행돼야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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