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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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은 부산소재의 우량 중소기업으로 지난 20여 년간 매년 놀라운 수출량증가를 보이면서 업계뿐 아니라 금융계에서도 신용이 좋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A기업 자금팀의 김 부장은 지난 달 있었던 100억원의 자금조달 상황을 떠올릴 때 마다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지난달 예상치 못했던 수출입대금의 불일치로 1일간의 자금공백이 생겼고 제때에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동안 쌓아 온 기업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A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100억원)의 이용기간은 단 하루에 불과하였다. 이에 따라 높은 담보를 요구하고 대출절차도 상당히 까다로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론 김 부장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고려하였으나 지방에 소재한 A기업의 특성상 반나절 만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으로 인하여 A 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김 부장은 매우 애를 태우고 있었다.

다행히 김 부장은 기존의 기업어음과는 달리 실물발행 없이 자금조달의 전 과정이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전자단기사채제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제도를 이용하여 기업어음을 통한 비용(CD금리+spread)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call금리+spread)으로 만기 1일물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여 자금문제를 무사하게 해결하였다.


위의 가상사례는 현재 입법발의 중인 전자단기사채법안이 올 하반기 국회를 통과하여 전자단기사채제도가 우리 단기금융시장에서 본격 시행되는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가상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전자단기사채제도는 아날로그방식의 기업어음제도를 완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스마트 펀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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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자단기사채는 기업어음과 달리 100% 전자등록방식으로 발행된다. 그 결과 실물기업어음에 수반되는 사무부담(모든 발행사 기준 약 8만 시간)과 조달비용(발행금액 100억 기준, 1일당 약1,4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실물유통에 따른 위변조 및 분실위험(연간 약256억원)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모든 자금조달과정을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지역소재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시간적 ?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기업어음제도에서는 1일물과 같은 초단기물 발행이 불가능하며, 실물어음의 발행?예탁, 교환?상환 등에 최소 3일이 소요되게 된다. 이는 1일물이 필요한 기업에게도 3일물 이상의 기업어음을 발행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기업들은 최소 약164만원(발행금액 100억 기준, 평균CP금리 3% 가정)의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전자단기사채제도에서는 초단기물 발행을 할 수 있고 기업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기간의 맞춤식 자금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외에도 권면(券面)분할금지에 따른 유통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던 기존의 어음시장과 달리 전자단기사채는 자유롭게 분할양도 할 수 있어 유통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 아울러 전자단기사채제도에서는 등록기관을 통해 통합된 발행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 단기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용경색 시에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전자단기사채제도는 기업어음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그 단점을 보완한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혁신적 자금조달방식으로서 기업금융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단기자금시장의 활성화 및 투명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디 이 제도가 기업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단기금융시장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제도로 조기 안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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