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경영진이 투자자들 앞에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외형 확장'.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데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 상황. 때문에 섣불리 확장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가 실적 개선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응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 '확장' 입에 올렸다가 주가 하락 = WSJ에 따르면 지난주 투자자들은 생산량 확장 계획을 발표한 기업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19일 델타항공은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났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내년 항공기 정원을 1~3% 늘린다는 계획 때문. 델타항공의 리처드 앤더슨 최고경영자(CEO)가 “정원 억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2.9% 하락했으며 지난주동안 2.3%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르카항공지수가 5.4%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19일 발표된 TI의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을 소폭 밑돈데다 리치 템플턴 TI 최고경영자(CEO)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


일부 전문가들은 미 경기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생산량 확장으로 TI가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했다. 생산량 확장에 따른 잠재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


반면 오토바이 업체 할리데이비슨의 주가는 지난 20일 실적 발표이후 13% 이상 뛰었다. 긍정적인 분기 실적과 함께 올해 출하량을 5~10% 줄일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 지난 23일 포드 주가가 5.2% 오른 것도 포드가 생산량을 억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비앙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생산 확대 계획에 손실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항공·車업계 주주 특히 '까칠' =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의 모회사인 UAL도 20일 UAL 실적 공개 시 정원을 상대적으로 조금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4.8% 뛰었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헌터 키 애널리스트는 “UAL의 보수적인 입장은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철폐 이후 항공업계가 누적수익을 올리는데 실패한 주요 원인은 과도한 공급”이라며 “정원을 늘리려는 유혹을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공, 자동차 등 일부 과잉경쟁 업계 투자자들은 특히 생산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기업 수익률 악화와 가격전쟁을 불러오기 때문.


화물수송업계의 경우 지난 1분기 이후 화물수송물량과 수송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트럭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가격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문가 및 투자자들은 화물업계가 트럭 공급을 늘릴까 경계하고 있다.


키뱅크캐피털마켓의 토드 파울러 애널리스트는 “확장에 나서기 전, 적어도 두 분기 이상 뛰어난 실적을 보여야 한다”며 “(현 경제상황에서)아직까지는 억제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투자자들이 모든 확장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성장세에 있다고 확신이 서는 기업들의 확장 계획은 수용한다는 것. 일례로, 건설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지난 22일 시장 예상을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 인도, 중국 등에서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캐터필러 주가는 1.7% 상승했다.

AD

JP모건의 앤 다이그난 애널리스트는 “이는 이머징마켓 수요 증가에 따른 움직임”이라며 “때문에 투자자들이 캐터필러의 확장 계획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