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세운 촉(蜀)나라에 이밀(李密)이라는 관료가 있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나 '촉'의 관리가 되었습니다. 능력이 출중했던지 촉이 멸망하자 진무제(秦武帝) 사마염(司馬炎)은 그를 태자세마(太子洗馬)로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이밀은 번번이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진무제의 요청은 끊이지 않았고, 이밀은 더 이상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이밀은 '진정표(陳情表)'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벼슬에 나가기 어렵다는 뜻을 완곡하게 알렸다고 합니다.
“저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자애로운 부친을 여의었고, 네 살 때 어머니는 외삼촌의 권유로 개가를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겨 직접 길러 주셨습니다. 저의 집에는 다른 형제가 없으며, 큰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도 없어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께서 연로(年老)하시니 제가 없으면 누가 할머니의 여생을 돌봐 드리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오늘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臣之進退 實爲狼狽(신지진퇴 실위낭패)].”
'낭패불감(狼狽不堪)'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인데요. 어떤 상황에 닥쳐 어쩔 수 없어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진퇴유곡(進退維谷)이나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도 합니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신고가 행진을 벌이던 LED 관련주들이 기관의 매도공세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초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던 삼성전기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등은 약속이나 한 듯 급락하며 지난 한주를 보냈습니다. 일부 증권사에서 지금 한참 호황을 맞고 있는 LED 경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영향도 있었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기관의 매도공세였습니다.
특히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는 대형주인 삼성전기에 대한 기관의 매도공세는 더욱 거겠습니다. 삼성전기는 지난 한주가 기관이 가장 많이 판 종목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매도 금액만 무려 3130억원입니다. 개인이 433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가를 받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외국인도 기관만큼은 아니더라도 매도세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장중 16만원을 터치했던 삼성전기는 24일 14만1000원으로 한주를 마감했습니다. 20일 이후 4일 연속 하락에, 마지막 이틀은 연속으로 4% 이상씩 하락마감이었습니다. 주 후반 이틀 연속 급락때 기관은 이틀 연속으로 95만주 이상씩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23만주와 66만주 이상씩을 순매도했습니다.
이같은 외국인의 파상공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 너무 많이 채워놓은데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부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보다는 "이제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일 것입니다.
LED를 비롯한 IT업종의 이익은 올해가 정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IT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는 부분은 지금과 같은 사상최대의 이익행진이 '내년에 급감할 것이냐, 감소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냐'입니다.
하지만 삼성전기를 보는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은 대부분 장밋빛입니다. 분석보고서만 보면 파는데 정신없는 기관의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나온 보고서들의 투자의견은 모두 '매수'입니다. 목표가 24만원에 '강력매수'를 외치는 곳(메리츠종금증권)도 있습니다.
26일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목표가를 올렸습니다.
모간스탠리는 수급상황에 대한 시장우려가 과도하다며 삼성전기 목표가를 18만5000원에서 19만2000원으로 올렸습니다. 투자의견은 '비중 확대'를 유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기록적인 2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난주 12% 조정받았다"며 "LED 초과공급과 평균매출단가(ASP) 하락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경영진이 내놓은 LED 수입 분기비 30% 성장 전망은 타당하다"며 "ASP 압박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성장과 비용 절감에 힘입어 LED 마진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증권은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렸습니다. 투자의견은 물론 '매수'입니다. 3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2000억원, 영업이익 38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ED 칩 가격하락 우려에 대해서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단가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3분기 이후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기가 3분기에도 사상 최대실적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신증권은 LED 공급과잉과 가격급락 가능성은 낮다며 하반기에도 실적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두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는 19만원입니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전혀 보이지 않던 부정적 전망도 나왔습니다.(지난주는 LED 업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보고서는 있었지만 삼성전기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메릴린치는 2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가를 14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일본 경쟁업체들의 설비 확대로 하반기 MLCC 수급상황이 한층 빡빡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LED TV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기 목표가를 18만7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내렸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것처럼 패널 업체들이 현재 LED 가격 수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꼽았습니다. 고객사들이 부품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고, 결국 LED 업체들도 단가 인하 압력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정적 보고서들이 나오긴 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현주가 대비해서는 여유가 있는 가격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투자의견은 메릴린치를 제외하곤 모두 '매수'입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만 믿기엔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걸립니다.
나아가느냐, 물러서느냐.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 서 있느냐. '낭패불감'이고, '진퇴양난'입니다. 그래도 결정은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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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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