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역발상 혁신-올레 경영<시리즈 상>

[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세계적 경영학 구루인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최근 KT의 혁신상을 세계적인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로 손꼽았다. 하멜 교수는 또한 KT가 항구적 혁신을 위해 그에게 요청한 컨설팅 작업을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그가 국내 기업의 컨설팅을 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KT의 혁신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수년전만해도 '덩치만 큰 공룡', '성장동력을 잃고 대서양 한가운데 멈춰선 항공모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과거 KT의 그림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석채 회장 취임뒤 내놓은 이른바 '올레경영' 철학을 통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새사람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특히 KT는 이른바 스마트폰 열풍과 '아이폰 쇼크'의 진원지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굳게 닫혔던 국내 통신시장의 문을 열어젖히며 '갈라파고스'로 표현되는 폐쇄적 비즈니스 환경을 개방함으로써 모바일 컨버전스시대의 실질적 리더로 각인된 것도 성과로 꼽을만 하다.

KT가 이처럼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바탕에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먼저 사겠다는 역발상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공짜 인터넷 열풍을 몰고온 와이파이(WiFi) 서비스 '쿡앤쇼 존'과 '개방형 에코시스템' 조성이다. KT의 대표적 혁신사례인 와이파이존과 개방형 서비스 모델을 심층 분석하면 KT특유의 경쟁력 원천이 제 모습을 드러낼 터이다.

◆ 숨은 가치 재발견한 와이파이=KT가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 넷스팟존(쿡앤쇼존, QOOK & SHOW ZONE)은 그동안 '계륵'과 같았다. 출시 초기만 해도 집 밖에서 편리하게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선 초고속인터넷의 진화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기기가 많았던데다 낮은 속도와 생경한 신기술이라는 점에서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KT는 한때 유지보수 비용만 늘어나고 매출은 줄어드는 넷스팟존을 사실상 포기하기도 했다. 가입자를 받지 않았으므로 서비스는 폐지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경쟁사들 역시 와이파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돈안되는 공중망 무선랜에 투자할 시간에 돈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높이고 음영지역을 하나라도 더 보강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이처럼 '미운 오리새끼' 취급받던 와이파이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데는 꼬박 8년이 걸렸다. 하지만 재발견된 가치는 그야말로 조갯속 진주처럼 엄청난 것이었다.


스마트폰 열풍이 그 단초가 됐다. 기존 음성통화기기였던 휴대폰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PC처럼 데이터를 주고받는 정보 단말기로 변신했다. 그만큼 데이터통화 수요도 폭증하게 됐다.

하지만 비싼요금이 최대 걸림돌이었다. 무선인터넷 버튼 한번 잘못 눌렀다가 수십만원이 청구된 뼈아픈 기억을 가진 소비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이같은 사례는 많은 소비자들의 머리 한켠에 짙은 그림자로 남아있게 됐다. 심지어 한 청소년이 이같은 일 때문에 자살하는 극단적 사태까지 불거졌다.


그 뒤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요금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통사들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콘텐츠 비용보다 데이터 통화료가 더 비싼 모순이 이어졌다.


해법은 와이파이에 있었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무선랜 수신 기능으로 가입자들은 적어도 집에서 만큼은 초고속인터넷을 무선 공유기를 통해 공짜로 쓸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집 밖에서는 이같은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이를 충족시킬 공중망 인터넷은 사실상 네스팟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 쇼크로 표현되는 스마트폰 열풍이 대한민국을 덮치자 1만 5000개가 넘는 와이파이존은 더 이상 계륵이 아닌 KT만이 보물이자 비밀병기로 거듭나게 됐다. 뒤늦게 시운을 탄 KT는 자사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유료이던 와이파이존을 무료로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 스마트폰과 결합된 와이파이존의 위력="집에 들어오면 소파에서건 침대에서건 아이폰만 붙들고 사는 남편이 있었다. 어느날 심통이 난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아이폰이 좋으면 당신 죽을 때 같이 묻어주겠다고. 그러자 남편 왈 '기왕이면 무선랜(와이파이) 되는 곳으로 묻어줘'.."


KT 한 임원은 최근 기자에게 이같은 유머 한토막을 전하며 와이파이존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설파했다. 그만큼 와이파이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호응이 크며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와이파이 존 확대 구축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와이파이 인프라의 경쟁력면에서 KT는 가장 앞서 있다. KT 쿡앤쇼존의 경우 5월 현재 1만 6000여곳에 구축돼 있다. KT는 이를 연내 2만 7000여곳, AP(엑세스포인트) 기준 7만여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일 사업자로서는 세계 7위의 무선랜 보유업체에서 4위업체로 올라서는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미 전국 주요카페나 레스토랑, 학교, 쇼핑센터, 영화관, KTX 역사 등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와이파이존이 확대구축되고 있다.


구축한 와이파이존의 위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KT 쿡앤쇼존의 경우 지난해 30만명이던 사용자가 11월 애플 아이폰 출시이후 급속도로 늘어나 12월 기준 56만 5000여명에 달했다. 또 지난 4월에는 102만 4000여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9월대비 3.3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이후 와이파이 트래픽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전국 260개 대학 캠퍼스의 경우 작년 12월대비 지난 4월 이용량이 46%나 늘어났고 접속회수는 457%나 늘었다.


KT 쿡앤쇼존은 올해 1분기 매출에서도 무선데이터 수익 확대에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 1분기 KT의 이동전화 관련 매출을 분석해 보면, 고객의 음성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는 감소했지만 데이터 ARPU 상승과 가입자수 증가로 전년동기 대비 8.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파이존이 직접매출에 기여할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의 3G 무선인터넷 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도 올들어 와이파이존 확대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규모에서 KT에 절대 열세다. 게다가 KT는 국내 최대 유선통신 업체로 노하우와 경험이 경쟁사를 압도한다. 실제 지난 10년간 네스팟존을 운영해온 만큼 와이파이 커버리지나 품질 및 보안 관리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실제 KT관계자는 "와이파이는 단순히 AP를 구축한다고 그치는 것이 아니며 이용자 증가에 따른 트래픽 분배, 건물 등 지형지물에 따른 설치 노하우와 품질관리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최근 와이파이존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광고캠페인에 나서는 동시에 부채꼴 와이파이 전파를 형상화한 쿡앤쇼존 로고를 이용가능 지역에 부착키로 한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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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는 쿡앤쇼존 이외의 지역이나 이동중에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3G에그(EGG) 서비스를 선보였다. '걸어다니는 와이파이'라는 애칭을 지닌 에그는 스마트폰이나 일반폰의 3G 신호나 와이브로를 와이파이 신호로 변환해주는 휴대용 무선공유기다. 이를 사용하면 어디서나 노트북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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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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