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 발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9일 나로호 발사를 앞둔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는 요즘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실패에 대한 부담과 성공에 대한 염원이 복잡하게 뒤엉켜 극도의 긴장감으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얼마전 나로우주센터를 직접 둘러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나라의 일천한 우주개발 역사에 대한 자각과 러시아의 선진 발사체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동시에 오버랩됐다.
1992년 '우리별 1호'위성 발사로 시작된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채 20년도 되지 않는다. 18년이면 아직 풋풋한 청년기인 셈이다. 반면, 약 50년전인 1961년 유리 가가린이라는 인류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한 러시아는 장년기의 원숙함으로 무장돼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로켓발사시 절대로 카운트다운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텐 나인...쓰리 투 원 제로 발사'와 같은 카운트다운 대신 보드카 석잔을 연거푸 마신 뒤 곧 바로 발사하는 식이다. 카운트다운을 하는 순간, 미국과 같은 가상 적국으로부터 즉각 반격당할 수 있기에 아예 그같은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란다. 로켓을 고도의 무기로 간주하는 러시아의 시각이 느껴진다.
현재 외나로도에는120여명의 러시아 기술자와 개발자들이 나로호 발사를 지원하기 위해 몇 달째 기거하고 있다. 이들 러시아 기술자들은 출퇴근 버스로 매일 나로우주센터를 오가며 6월9일 D데이를 향해 군사훈련을 하듯 빡빡한 일정들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자들과도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로켓발사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우주선진국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는 일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다. 러시아인들의 기술보안 의식은 지구촌 어디에서든 철두철미하다. 나로우주센터내 러시아 개발자들이 이용하는 자그마한 개인 연구실에는 늘 얇디 얇은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그들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라도 반드시 문들 닫고 문 틈새로 어김없이 종이 테이프를 붙여둔다. 행여 그 테이프에 약간의 손상이라도 생길 경우에는 보안수칙 위반 등 복잡한 문제로 비화될수 있기에 누구나 조심하게 된다. 러시아인들에게는 기술보안이 생활화-체질화돼 있다는 얘기다.
외나로도를 육지와 연결한 연륙교인 제1 나로교를 지나다보면 러시아 미국 일본 등 그동안 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한 나라들의 국기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아쉽지만 태극기는 거기에 없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이웃나라들의 우주개척 행보에도 요즘 부쩍 탄력이 붙고 있다. 일본은 최근 금성 탐사위성과 우주 범선 발사에 성공했으며, 2003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내년 상반기 무인우주선을 쏘아올려 우주정거장으로 삼는다며 우주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지난해 6월11일 나로우주센터를 완공한 것은 한국이 비로소 우주강국을 향한 의미있는 걸음마를 할 수 있다는 자격증이었을 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이순간에도 우주강국의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자리잡은 외나로도의 구석구석에는 우주를 향한 우리의 열정과 열망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우주휴게소, 우주스타호, 우주장례식장, 나로초등학교...상호나 교명 하나하나에도 우주개척에 대한 진한 열망이 묻어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주센터 조성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인 특유의 괴력이다. 통상 '23개월 1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발사대 건설 공사를 불과 '17개월 900억원'에 완벽하게 마무리한 것이 하나의 예다.
이는 우리가 비록 우주개발에는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노력과 집중력 여하에 따라 우주레이스에서도 한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주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추진 못지 않게 국민적 관심 또한 중요하다. 로켓 발사 자체가 과학기술의 정점인 동시에 국가 경쟁력의 실체적 총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더욱 더 그렇다.
이번 나로호2차 발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 등 지휘부는 '로켓발사 성공'이라는 한편의 드라마를 찍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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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해 8월25일 1차 발사의 악몽을 털어내기 위해 실패요인으로 지목된 페어링 덮개에 대한 테스트를 20여회 실시한데다 세부 부품시험까지 합쳐 400회 이상의 시험을 하는 등 완벽에 도전하고 있다.
우주로켓 발사는 말 그대로 완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우주에서도 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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