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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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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아바타'의 열풍은 대단했다.

인간과 아바타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는 분명히 새로웠고 문화 원형과 이미지에 대한 사전 연구 및 분석 작업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국내 문화콘텐츠 연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해양생물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본인이 감독, 각본, 제작, 촬영, 편집까지 도맡은 영화 '어비스(심해)' '타이타닉' 등에는 그의 전공이 그대로 살아 있다. 카메론 감독은 디지털 모션픽처 입체 카메라 장비들을 사용해 '인간이 뜻하지 않는 극한 자연 재해나 환경에 노출됐을 때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과학적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최선일까'하는 주제를 천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9년 '어비스'에서 심해로 내려가야 하는 잠수부가 산소통을 멜수 없는 상황에서 최후에 선택한 방법은 '액체산소'였다. 산소가 농축된 액체 플루오르화탄소(Liquid Fluorocarbon)를 폐로 흡입해 실제로 물속에서 산소호흡을 한다는 실질적인 실험결과를 보여줬다. 자궁 속 태아의 상태를 과학적 실험을 토대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의 콘텐츠로 극대화시켰던 것이다.

1912년 4월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발했던 거대한 유람선이 14일 밤 빙산에 의해 침몰되는 과정에서 저체온증과 심장마비가 어떤 단계와 시간 간격으로 목숨을 앗아갔는지, 생존자들의 구조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가능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생체의학 지식과 분석이 만나 1997년 '타이타닉'을 통해 그 당시 처참했던 현실의 재현으로 이어졌다. 물론 카메론 감독의 과학적 호기심은 단순히 테크닉을 강조하기 위한 것보다는 극한 자연환경 앞에서 생명의 의미에 대한 성찰적 시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철학적 사고와 과학적 관찰이 융합하는 시선인 셈이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가 과학적 지식을 실험하는 단계로서 콘텐츠 제작에 비중이 높았다면 2009년 '아바타'에서는 사뭇 다른 응시가 보인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가 나비족(族)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신기한 것들이 많은 가운데 방문자가 그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빛나는 광채를 뿜어내며 땅의 기운이 반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참신하다.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직전 인류가 가져야 할 내면적 성찰을 3D 스테레오스코피(stereoscopy) 방식으로 표현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이미지화 한 멋진 시도였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인간처럼 숨쉬고 반응하기에 그들과 함께 소통할 때 비로소 지구는 평화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아바타' 속 나비족의 성스러운 장소인 생명의 나무 뿌리들은 인간의 뇌신경세포인 시냅스처럼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커다란 교감과 소통의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문명과 자연 생태계는 분명 닮은꼴이다. 문명은 자연에서 나온다. 자연은 문명과의 소통을 통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과학은 자연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해 문명을 구성하게 마련이다.

나비족의 일상적 삶의 형태와 의례 장면들은 구석기 문화와 고대 문명에 대한 인류학 연구와 분석의 결과이며 이러한 문화 연구는 영화의 골조를 이룬다. 즉 문화 원형과 이미지에 대한 활용은 영화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카메론 감독의 우수성이 빛을 발한다. 과학 기술력과 문화 연구는 융합 기술로서 영화의 참신한 주제와 만나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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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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