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은 "IMF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산업의 특성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단순한 수치로 기업을 재단하는 은행은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라고 한다. 어찌 보면 최근 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소식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건 기업과 은행의 변해버린 관계에 대한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그룹의 경우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을 제외하면 현대상선이 78.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해운업 시황이 저점을 지나 개선되고 있는 데다 선가는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에서 재무약정이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재무약정을 체결한 이후 그룹에 적용되는 금리가 뛸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원하지 않는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룹에서는 최악이었던 지난해 실적 탓에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됐으니 억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된 만큼 앞으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억울한 일이 나오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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