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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숨 돌린 '현대그룹', 한숨 쉬게 만든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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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얼마 전 은행 기업금융 파트에 일하는 지인이 심한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라면 은행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줘 제때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은 돈을 무기로 기업의 숨통을 조였다 놓았다 하는 게 현실이다. 지인은 은행과 기업은 파트너 관계여야 하는데 돈의 논리가 만연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업인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은 "IMF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산업의 특성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단순한 수치로 기업을 재단하는 은행은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라고 한다. 어찌 보면 최근 재계의 뜨거운 감자인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소식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건 기업과 은행의 변해버린 관계에 대한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은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결정은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데서 비롯됐으며, 이번 일로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7년 외환은행이 외국환 전문 국책은행으로 창립됐을 때부터 33년간 이어온 인연에 종지부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룹의 이 같은 입장에 외환은행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물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그룹의 경우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을 제외하면 현대상선이 78.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해운업 시황이 저점을 지나 개선되고 있는 데다 선가는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에서 재무약정이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재무약정을 체결한 이후 그룹에 적용되는 금리가 뛸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원하지 않는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룹에서는 최악이었던 지난해 실적 탓에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됐으니 억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된 만큼 앞으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억울한 일이 나오지 않길 기대해본다.

손현진 기자 ever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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