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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꺾기'를 제대로 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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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은행의 '꺾기'(구속성예금)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이 대출을 조건으로 꺾기를 강요한 사실이 적발되면 50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대출에 대한 대가로 이런 저런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게 소위 '꺾기'다. 꺾기의 역사는 오래다. 개발경제 시대에는 은행돈을 쓰는 것이 일종의 특혜였다. 은행은 채권자에 군림하는 강자였다. 은행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나 개인은 없었고 대출에 상응한 예적금을 들어주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의 금융환경은 분명히 예전과 다르다. 은행은 경쟁하는 서비스기관이다. 상대적으로 자금사정도 넉넉해졌다. 감독당국에서는 매년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한다. 그런데도 은행의 꺾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꺾기 실태를 조사했을 때에도 16개 은행 687개 점포에서 총 2231건 430억원의 구속성 예금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가장 흔한 꺾기의 행태는 기존 예ㆍ적금을 꺼내 쓰지 못하도록 하거나 새로 예적금에 들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민영은행, 공기업 은행을 가리지 않고 불공정 행위가 이뤄졌다.

과태료를 물리면 고질적인 꺾기행위가 근절될까. 쉽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는 줄어들겠으나 감시의 눈길을 피해 한층 음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금융감독 당국이 구체적인 기준까지 정해서 규제에 나서고 은행들은 자동 감시 시스템까지 개발했으나 병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는 은행간 경쟁구조와 내부 평가시스템에 도사리고 있다. 은행마다 고객우선을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열한 외형 경쟁을 벌인다. 내부적으로는 점포별, 직원별로 예적금이나 신용카드의 유치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따진다. '꺾기'라는 손쉬운 수단을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기관에는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 개인의 경우도 그렇다. 예금 외에 외환, 퇴직연금, 보험, 펀드 등 은행의 취급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꺾기의 근절은 감독이나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기관의 의식 전환과 시스템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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