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고위관계자, “가계부채 속도 조절 나설 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심심치 않다. 2009년 말 현재 854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해 무려 6.5%나 증가했다. 가계 부채는 지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폭이 대폭 둔화됐으나 지난해 경제극복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됐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9년 말 가계부채는 854조 8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57.3% 증가했으며, 기업부채는 1233조원은 같은 기간 57.3% 증가했다. 문제는 가계의 저축여력이 크게 낮아졌는데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가계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2003년의 카드 대란과 같은 사태를 또다시 겪게 된다. 가계대출금은 규모면에서 카드신용액과 비교가 안된다. 가계부채가 조금이라도 부실화하면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향후 은행 등을 통해 대출이 지나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가계부채의 우려감을 표시했다.


실제 가용소득에 의한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을 따져보면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상승해 채무부담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주요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채 조정(deleveraging)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개인가처분소득 대 금융부채의 비율은 2004년에 1.17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상승해 2008년 1.39에서 지난해 1.43에 이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1.29이며 대부분 선진국의 가처분소득 대 가계부채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낮다.


현재 재정부는 올해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하반기 가계소득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가계의 채무부담능력이 더 이상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득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소득이나 고용 개선이 지연될 경우 소비위축과 저축률 하락이라는 복병을 맞아 실물경제 침체와 성장잠재력 저하라는 부정적인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콜린 부사장은 최근 “한국의 높은 민간부분 부채비율이 금융시스템 취약성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은 10~20년 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9년 말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692조원인데,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이 551조원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총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주택관련 대출비중은 2007년 41.4%에서 2009년 48.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소비 및 기타 용도는 58.6%에서 51.1%로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는 주택담보대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6%로 매우 낮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평균 46.2%(2009년말 9개 국내은행 평균)으로 미국(79.4%)나 영국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돼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우리경제 불안의 뇌관이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우선,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 사정이 더욱 나빠져 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해진 가계가 적지 않다.


특히 소위 ‘강남거지’로 불리는 부동산외엔 소득이 신통치 않은 가계들도 적지 않게 늘어난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도 지속되면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또한 저소득계층 가계의 경우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소득개선이 지연되거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출구전략과 맞물려 하반기 금리인상 압박으로 향후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


연체율이 상승하면 가계대출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결국 담보물을 처분하게 되는데, 주택이나 금융자산 담보물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주택가격 하락이나 금리 상승을 촉진하게 되어 가계부문의 과다차입에 의한 호황·불황 주기(Boom-Bust Cycle) 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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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뱅크의 한 관계자는 “만약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을 받았던 가계가 서로 먼저 주택을 팔려고 급매물을 내놓을 경우, 주택시장이 갑자기 붕괴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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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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