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2일(현지시간)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총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유로존 회원국이 다른 회원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유로존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 그리스의 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존 국가들은 유례없는 지원 결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구제금융이 유럽 재정위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 이미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역으로 전이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스 구제금융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유로존 경제의 체질개선 없이는 이번 위기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유로존 '전이' 이미 시작됐다 = 유로존 회원국들은 수개월 동안의 망설임 끝에 이번 지원 결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재정위기는 이미 그리스 밖으로 전이되기 시작한 상태로 그리스에 대한 1회적 구제금융으로는 재정위기의 뿌리를 뽑기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표적 재정취약 국가로 분류되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9.4%, 11.2%로 그리스(13.6%)보다는 낮지만, EU가 설정한 기준 3%를 크게 웃돈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재정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이 재정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EU와 IMF에 구제금융 요청을 할 경우, 유로존 회원국들이 감당해야할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의 데이비드 맥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로존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들을 모두 지원하는데 유로존 전체 GDP의 8%와 맞먹는 79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유로존 내의 극심한 국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유로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위기 국가의 처지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 이들이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유럽 금융권 전체가 타격을 입고, 나아가 실물경제에까지 그 충격이 전해질 가능성 때문이다. 즉 재정위기가 유럽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집계에 따르면 유럽 금융권은 1930억달러 규모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채는 각각 2400억달러, 8320억달러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BNY멜론의 마이클 울포크 통화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역시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유로당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유로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1년께 1.1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경제 체길 개선 이뤄져야 = 재정위기 국가들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구제금융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저축률로 해외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한 재정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는 것.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현재 유로존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경쟁력 상실과 높은 임금 상승률, 생산성을 넘어서는 노동비용, 일관성 없는 재정정책, 2002~2008년 사이에 있었던 유로화 절상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리스가 발표한 긴축안이 대부분 경제구조 개혁보다는 당장의 지출 축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그리스는 긴축안에 에너지와 대중교통 시장을 자유화하는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 내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개혁안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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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재정위기 국가들이 고질적인 저성장의 고민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이 강도 높은 긴축안을 견뎌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난해 -2.0%의 성장률을 기록한 그리스는 올해와 내년 각각 4.0%, 2.6%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안으로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경우 이는 유로존 전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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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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