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한 마리가 길을 건너다가 왕래하는 공사트럭의 바퀴자국으로 인해 깊이 파인 진흙 속에 빠졌답니다.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점프를 해도 그 골을 뛰어넘지 못할 때, 친구들은 “우리가 토끼풀을 뜯어서 사다리를 만들어 줄 테니 꼼짝 말고 기다려라”고 했지요.


하지만 얼마 안 가서 트럭의 엔진소리가 들렸고 놀란 친구들이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트럭도 청개구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깔려 죽었나보다 생각하고 슬픔에 빠져 돌아서는 청개구리들이 길가에 쓰러져서 헉헉거리는 친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니 어떻게 그 진창을 빠져나왔니?”
“응, 트럭이 바로 눈앞에 오기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었더니 빠져나올 수 있더라”.
뽀빠이는 청개구리 한 마리도 살아남으려고 사력을 다해서 점프하는데,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나서 쉽게 좌절하고 삶을 포기하는 나약한 현상을 그렇게 비유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동백꽃처럼 눈 속에서 핀 꽃이 더 선명하듯이 역경을 이기고 일어선 인간승리가 더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 인생도 축구경기처럼 후반전이 중요하고 특히 경기 종료 5분 전이 더 중요하기에 모름지기 인생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라며 웃통을 벗어 젖혔습니다.

우람한 팔 근육과 상하로 움직이는 뽀빠이의 가슴근육을 보고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두 시간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지요. 아내는 키가 173cm나 되고, 아들은 180cm가 넘으니 언제나 자신이 집에서 가장 귀여움을 받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사람은 증명사진보다 X-ray가 잘 나와야 한다. 허옇고 구멍 뚫린 엑스레이 필름 한 장이 다름 아닌 그 사람의 살아온 이력서다”.


새벽에 골프를 나가는 아내를 위해 2000원짜리 인절미를 사서 가위로 잘게 잘라 가방에 넣어준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다들 새벽에 빈손으로 나와서 그 인절미를 얻어먹고 아내를 무척 부러워한다고 하며, 때문에 그녀들은 티샷을 할 때 골프공을 각자의 남편이라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 크게 휘두른다고 하여 웃겼습니다.


애교 없는 아내를 대신해서 스스로 애교를 부리고 사는 이유는 키 큰 아내로부터 44년 동안 버림받지 않기 위한 생존수단이었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죠. 어느 날 여의도 아파트단지에서 바자회 행사를 하면서, “요즘 집에서 잘 안 쓰는 물건들이 있으면 빠짐없이 갖고 나오라”고 안내방송을 했더니 반 이상의 주부들이 남편을 데리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살펴보니 그렇게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끌려나온 남편들 거의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더라. 노후에 건강하지 못하면 이사 갈 때 강아지는 챙기고 남편은 버리고 갈지 모른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서는 가장을 보고 자녀들이 각방에서 뛰어나와 반겨주는 집이 있는가 하면, 초인종소리만 듣고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숨어버리는 싸늘한 가정도 있다”며 그건 살면서 아내가 남편을 어떻게 취급(?)해 왔는가에 따라 그렇게 상이한 모습으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가끔씩 장내가 숙연해지는 한마디를 던지는 그의 표정에서 프로의 여유가 보였지요.


“잘 나오던 수돗물 줄기가 갑자기 가늘어질 때는 호스를 걷어들고 원인을 찾아 따라 가보라” 그러면 반드시 중간에 호스가 꼬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꼬인 호스를 일일이 풀어만 주면 물은 다시 잘 나온다. 부부생활도 마찬가지다. 그저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며 꼬인 것부터 스스로 풀어라”.


그는 누구나 알만한 명사들 60여명으로부터 기념식수와 사인을 받아서 강원도 모처에 심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훗날 100명의 사인이 모아지면 그곳에다 ‘100인의 명사가든’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가운데는 자신이 직접 쓴 <아내에게 바치는 길>이란 詩비를 미리 세워 두었는데,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으로 시작되는 이 시의 한 구절이 보는 이들의 발걸음을 저절로 붙잡아둔다고 했습니다. 뽀빠이가 빠르게 읊어나간 시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보면,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이유는,
남들은
내가 건강할 때 곁에 있었지만
당신은
내가 죽는 날 곁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죽는 날
내가 알던 여자는 아무도 없고
당신만 있을 것을 알기에.

그는 무려 3500여차례나 군부대를 찾았고, 600여명의 어린이들 심장을 다시 뛰도록 수술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올해 은행대출을 다 갚으면 비로소 자신의 집이 생긴다고 자랑하는 뽀빠이. 그처럼 동분서주 바쁜 사나이의 한평생도, 결국엔 집 한 채 마련을 위해서였다니 새삼 인생무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때론 인간이 개만도 못할 때가 있다. 개는 아무리 가난해도 단독주택에 살지 않는가? 집은 작을수록 부부간에 자주 부딪칠 수 있고 정은 더 쌓여진다”.


지난주 법정스님이 입적하기 전, 뽀빠이는 평소 친분만 생각하고 마지막 상면이다 싶어서 입원중인 삼성병원을 찾아갔답니다. 면회신청자 명단을 보여주면 기력이 쇠진한 스님이 훑어보시고 직접 ‘O’를 친 사람에게만 면회가 허락되었다지요. 워낙 인연을 가진 면회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 시간을 기다린 끝에 잠시 대면한 자리에서 손을 잡고 뽀빠이는 고작, “형님, 여기 누워서 뭐하는 거요?!”라며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뽀빠이의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왠지 엉뚱한 생각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면회신청자 중에서 ‘O’ 낙점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다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이들은 대체 어떤 기분으로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병원을 나섰을까....


먼 길을 찾아 온 중생들의 심정을 헤아려서, 명단 전체에 그냥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전부 만나주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소유’의 선사께서 ‘O’를 치시며 “속세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많은 인연을 갖지 말라”는 가르침을 묵언(?言)으로 전하려고 했을까요.


또 하나는 평소에 청정한 산 속에서 생활했던 분이 폐암으로 몇 년간이나 투병을 하셨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소식은 담배를 끊지 않은 채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이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거봐라! 내가 뭐라고 했나? 흡연은 폐암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의기양양하게 반항한다면 어찌 할까요?


강의를 마무리하며 뽀빠이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불확실한 일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일은 꼭 죽는다는 사실이다”.


67세에도 청년처럼 팔팔한 현역의 경쟁력은 퍼내도 계속 분출하는 유머의 샘과 쉼 없는 일정으로 늙는 시간 자체를 소유하지 않는 무소유의 일상에 있었습니다. ‘오늘 내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사표를 쓰고 거리에 나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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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주)홍원 앙코르특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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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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