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우리나라는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설비 용량 기준으로 세계 6위, 최초의 원전수출에 이은 제 2의 수출도 곧 성사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자칭타칭 원전강대국이라는 나라에서 국내 원전 건설과 사후처리는 그 위상과 격에 모자라고 있다. 원전건설은 입찰자격을 둘러싸고 9차례나 유찰됐다가 이번에는 발주처의 전산오류로 10차례 유찰의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원전 건설 이후에 남는 폐기물처리장의 건립을 놓고는 반대측이 안전성 논란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우선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신울진 1,2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은 지난 10일 9번째 입찰이 전산오류가 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근 1년여 동안 유찰만 거듭했다. 입찰 공고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으나 각 컨소시엄이 제출한 입찰 가격이 정해진 가격범위보다 낮은 저가입찰로 유찰이 계속됐다. 결국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가격조건을 완화하고 이번만큼은 꼭 낙찰자를 정하겠다고 했다.그래서 지난 10일 4개 컨소시엄을 상대로 입찰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오후 3시에 실시키로 했으나 전자입찰시스템 장애로 인해 현장입찰 방식으로 바꿔서 입찰서를 접수하고 개찰 보류했다. 이후 지식경제부 사이버보안센타에서 점검한 결과 해킹은 없었고 한수원의 단순한 전산 프로그램 오류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에 입찰참가 업체의 전산담당자를 대상으로 전산장애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어서 개찰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일부업체에서 전자입찰에서 현장입찰로 전환하는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이의제기하는 관계로 개찰진행을 하지 못했다. 한수원측은 "입찰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재입찰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수원측은 재입찰보다는 서류만 다시 받으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입찰참여자들은 공고를 내고 입찰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울진 1, 2호기는 우리나라가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들어갈 원자로와 같은 'APR 1400' 기종을 채택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을 하고 남으면 연료봉부터 작업자의 작업복, 장갑 등의 폐기물이 나온다. 이를 영구 저장하는 것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다. 하지만 고준위 연료봉도 아닌 장갑 등 중저준위 처분장 공사를 놓고서는 지반의 안전성 논란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지난해 6월 방폐장의 지하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지반이 예상 외로 연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준공 일정을 애초 계획(2010년 6월)보다 2년6개월 미루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과 환경,시민단체등의 안전성 논란과 우려가 확산됐고 지난해 6월부터 한 달간 정부가 주관한 대한지질학회의 안전성 검사에선 '처분 안전성 평가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지질 특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지역인사,사업자들로 구성된 방폐장 현안사항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협의회가 지질구조, 수리지질, 지진공학, 터널공학, 원자력공학 등 5개 분야 전문가 5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작년 11월 11일부터 방폐장 안전성을 검증했다. '방폐장 현안사항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협의회'는 지난 11일 경주시 양북면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에서 경주 방폐장 안전성 검증조사단이 실시한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안전성 검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부지적합성과 관련, 방폐장 부지는 풍화암이 다소 있지만 처분 부지선정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며 부지 선정은 적합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됐다. 처분고 시공에 대해서는 기본설계가 미흡하지만 보강공법에 따른 단계별 시공성이 확보되도록 설계 및 대책이 수립된다면 기존에 계획된 처분고의 시공안정성은 확보될 수 있다고 했다. 지진에 대비한 설계기준지진 평가에서도 양산단층 및 읍천단층 등에 의한 영향이 지진 영향 분석과정에서 이미 고려됐고 결과값도 대체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조사단은 "지하수 조사 및 분석절차도 적정했다" 면서 "부지 북측 해안 지역에서 해수침투 가능성이 있어 광역적인 해수침투 관측망 설치 및 해수침투를 고려한 상세 모델링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방폐장 방사선 안전성에 대해서도 처분시설 폐쇄 후 주변환경 및 인간에 미칠 방사선 영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만한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들은 "검증단의 보고서 내용은 부지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인데, 결론부분에 가서는 부지적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중간보고에서는 솔직하게 문제점을 인정했으면서 최종보고에서는 말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검증단도 사업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방폐물관리공단은 "조사결과를 존중한다"며 "검증조사결과 제시된 제언ㆍ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계획된 준공일정 내에 안전한 방폐장을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진원전의 방폐물 임시저장시설은 지난해부터 포화되기 시작됐고 포화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원전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폐물공단은 경주 방폐장의 준공이 2012년으로 늦어짐에 따라 지상의 인수저장건물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인수저장건물'은 경주 방폐장으로 반입되는 폐기물을 영구처분하기에 앞서 방폐물을 인수, 검사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저장하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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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물공단은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이달부터 인수저장건물 우선사용에 대해 적극적인 주민설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단측은 현재 폐기물이 저장돼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임시저장건물보다 더 보수적 기준으로 설계, 시공됐기 때문에 인수저장건물 우선사용은 더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폐물공단 관계자는 "방폐물 특성과 처분방식별 장단점을 재평가해 최적의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면서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중 조사 및 설계에 착수해 2단계 10만 드럼 규모를 2013년부터 준공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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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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