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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레드카드'냐 '리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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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동안 지역구를 다녀온 정치인들은 무슨 얘기를 듣고 무엇을 느끼고 왔을까. 굳이 전해 듣지 않더라도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며 제발 세종시를 빨리 훌훌 털고 국민들의 생활에 신경을 써달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 앞에선 누구랄 것 없이 납작 엎드려 '국민의 뜻을 바로 듣고 행동하겠다'고 또 공언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연휴가 끝나고 하루도 넘기기 전에 '세종시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장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싸고 충돌하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원칙과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친박계 의원들은 당론 변경은 정치적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설 연휴 잠시 주춤했던 갈등이 더 첨예하게 대치하는 모습이다.
야권의 대응도 더 강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세종시 수정안 지지집회의 군중동원 의혹과 불법 홍보활동, 기업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제출이전에 또 한 차례 대회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지역 민심을 수렴했다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정치인들이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들 사고의 한계 내에서 생각하고 일단 올라오면 국민 뜻보다는 충성 경쟁에 더 바쁘다.

여야 의원들이 전한 민심은 예상했던 대로 전하는 사람마다 달랐다.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당내 싸움을 빨리 끝내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입을 모으나 끝내기 해법에서는 극심한 견해차를 보였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양보론에 무게를 실었고 친박계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제살리기를 표방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부싸움만 벌이고 있어 민심이반이 심각하다고 전하며 내심 반사이익 챙기기에 나서지만 민심은 쉬 야당을 향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의 안이한 해석과는 달리 정치인들이 받아 들여야 할 민심은 따로 있다. 세종시가 됐든 4대강이 됐든 정쟁보다 국민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하라는 것이다.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논의체제를 만들어 여야 모든 계파가 모여 머리를 맞대라는 요구다. 그 흔한 '위원회' 하나 만들지 못하고 모두 벌떼처럼 나서 헐뜯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염증과 피로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도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7월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 여야 전당대회 등 당리당략에 휩쓸린 가능성이 큰 사안들이다.

정치권이 혼돈 하는 사이 서민생활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대학을 졸업하면 백수가 되고 부자가 모두 실업자인 가정도 적지 않다. 정부 통계만 봐도 1월 실업자가 10년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고 실업률도 5%대로 치솟았다. 물가도 최근 3개월동안 0.9% 올라 6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정치권이 '세종시 블랙홀'에 빠져 서민생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이 이른 시일 내 회귀하지 않는다면 '레드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무모하게 대결만 벌리는 정당이나, 문은 열었지만 언쟁만 일삼는 국회나, 의견 수렴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정부나 모두 '리콜' 대상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집단 논리에 빠지지 말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향에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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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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