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환 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투자손실을 둘러싼 기업과 은행 간 법정 공방의 주요 쟁점은 키코가 처음부터 환 위험을 줄이는 데 부적합한 상품이었는지, 계약 약관이 기업 쪽에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었는지 여부다.
8일,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임성근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키코 계약 체결 당시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사후에 초래됐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상품이 환위험 회피에 적정한 것인지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위험요소가 있는 반면,환율 변동성이 낮은 때는 상당한 범위에서 환위험을 피할 수 있었으므로 뒤늦게 닥쳐온 위험요소까지 고려해 상품 자체의 적정성 및 이득 가능성을 깎아내리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계약 당시 약관이 결과적으로 기업 쪽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약관이어서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주지 않았다. 약관 내용이 법리상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분에 관한 대법원 판단은 '구체적인 계약에서 일방 당사자와 상대방 사이에 교섭이 이뤄져 계약 내용으로 된 조항은 작성상의 일방성이 없으므로 약관규제법의 규제 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주요 계약 내용인 계약금액·행사환율·넉인 환율·넉아웃 환율·레버리지·계약기간 등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원고와 피고들이 개별 교섭에 따라 결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계약 조항이 모두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부분에 관한 법원 질문에 금융감독원 또한 '키코 약정서는 개별 당사자 간 교섭에 의해 계약조건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 계약이므로 은행업 감독규정에 의한 심사 대상에 들지 않는다'고 회신해왔다"면서 기업 주장을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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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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