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한 회사에서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새해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 제목이 ‘진화의 동력’이었습니다. 우리사회가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새해가 되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꿈, 희망, 도전이다. 기업인들은 초일류가 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싸움만 일삼던 정치인들도 국민의 행복을 내세운다.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역시 새로운 다짐으로 한해를 시작한다.

이런 결심이 굴절되지 않고, 땀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선진국의 문턱은 결코 높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국민들도 많아질 것이다. 물론 국가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져 國格(국격)은 자연히 올라가게 될 것이다. 갈등과 싸움, 편 가르기로 얼룩진 정치판의 나쁜 이미지도 퇴색될 것이다. 국제사회에 비춰지는 한국, 한국인의 위상 역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1년내내 그런 초심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런 결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1월1일에 시간을 고정시켜 놓고, 금년 한해를 보내고 싶은 심정도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이 글을 쓴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저의 예상은 맞았습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시 편 가르기가 시작됐고, 나라는 시끄러워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정치하는 분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6월 지방선거에 가있고, 다음 정권을 누가 차지하느냐, 거기에 생각이 멈춰 있습니다. 새해 소망을 오로지 일자리 찾는 데 생각을 고정시켜 놓고 있는 400만 명의 실업자, 불황의 터널이 끝나기를 바라는 서민들과는 출발선이 다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있습니다. 그래도 꿈을 얘기하고, 희망을 말하고, 도전을 내세운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국민의 행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국민을 속이거나 배반하는 행위를 애국애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들에게도 과연 뇌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짧은 몇 마디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 같지 않습니까? 한 네티즌이 쓴 이 글을 보며 ‘정치인의 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들도 분명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을 속이거나 배반하기를 원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국민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테지요. 문제는 과거에 머무르는 습관, 미래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무리수입니다.


과거에 머무르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미래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무리수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혼란스러운 상황, 그것은 나, 내편만 생각하며 과거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과욕이 불씨에 기름을 부어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칭기스칸 같은 정복자. 요즘같은 세상에 있어서도 안 되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분명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포용력입니다.


“나를 믿는 만큼 남을 믿는다. 자신이나 잘하지 공연히 남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얘기하지 말라.”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을 비방하고, 험담하는 자를 엄벌에 처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남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다양성과 포용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다른 민족을 정벌할 때는 잔인했습니다. 그러나 항복하면 다 포용했습니다.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종교, 제도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존중했습니다.


몽고제국 내에 신이 30만개나 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제국을 도와 시장으로 연결시켜 동서양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계화를 이룩했습니다.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입니다.


그는 항상 행동으로 힘과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스스로 실천해 위험한 전쟁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선두에서 적의 지휘부를 향한 중앙돌파를 감행했습니다.(강기준씨의 ‘역사에서 배우는 경영과 리더십’에서 인용)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신뢰를 쌓는 것과 포용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신뢰와 포용력을 저버린 사회는 진화될 수 없습니다. 포용력, 신뢰를 가지면 갈등은 봉합될 수 있습니다. 진흙탕 싸움이 없는 사회, 여기에서 아름다운 미래가 만들어집니다.



1월25일. 또 한 주가 지나면 2010년 달력 한 장은 넘어가게 돼 있습니다. 작년 말 받은 연하장 글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당신에게 뇌가 있습니까”-이런 질문을 받지 않고, 진화하는 지혜가 이 글에 들어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입니다.


해는 어제와 같이 떠오르지만


햇빛은 어제의 햇빛이 아니고,


꽃은 한 나무에서 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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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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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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