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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범죄'는 감형?…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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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조두순 사건' 이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형 규정에 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는 아동성범죄 '엄벌' 여론과 맞물려 일파만파 확산됐고, 일각에선 '술 마셨다고 형을 감경하는 게 말이 되느냐'ㆍ'술 마시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더 큰 벌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 법감정과 아동성범죄의 극악성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비판이지만, 자칫 '술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형이 가벼워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음주=감형'이라는 잘못된 도식을 일반에 인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심신미약, 수많은 감형요인 중 하나 = 28일 법원 등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양형은 범죄사실을 포함한 여러 요인을 근거로 정해진다. 이 중에는 감형 근거가 되는 요인이 많은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한 경우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경우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 등이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 등이 그 예다. 때로는 피고인이 이전까지의 삶에서 보여준 성실성이나 사회 및 조직에 대한 공헌도 등이 감형 사유로 법원 고려 대상에 들기도 한다.

'심신미약' 역시 주요 감형 요인 중 하나다.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가리킨다. 현행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미약자를 처벌할 때 그 형을 일부 감경토록 규정한다. 사람을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게 하는 요인은 신경쇠약ㆍ노쇠ㆍ알코올 중독 등으로 다양하며 '음주'는 이들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범행을 위해 고의로 술을 마신 경우는 고려 대상에 들지 못 하고, 정말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게 정황 증거 등에 의해 입증돼야만 한다.

◆음주 = 심신미약 = 감형?…NO! = 결국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다'는 조건에서 중요한 건 '음주' 자체가 아닌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술 때문에 형이 감경되는 게 아니라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사실 때문에 감형되는 것이고, 단순하게 '음주'와 '양형'을 직접 연관짓는 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셈이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어도 심신미약 상태까지 가지 않았다면 음주 사실은 양형에 영향을 못 준다. 이는 판례를 통해 잘 설명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재산 상속 문제로 삼촌과 다투다가 둔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범행 직전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으니 이를 양형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은 받아주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신 건 알겠지만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일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마친 뒤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범행 동기와 경위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해 진술하고 있는 점, 범행 후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아니라 범행 도구를 수로에 버려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는 피고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마치 음주 사실 자체가 감형 사유가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술을 마신 것 자체와 양형 사이에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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