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감정과 아동성범죄의 극악성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비판이지만, 자칫 '술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형이 가벼워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음주=감형'이라는 잘못된 도식을 일반에 인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심신미약' 역시 주요 감형 요인 중 하나다.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가리킨다. 현행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미약자를 처벌할 때 그 형을 일부 감경토록 규정한다. 사람을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게 하는 요인은 신경쇠약ㆍ노쇠ㆍ알코올 중독 등으로 다양하며 '음주'는 이들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범행을 위해 고의로 술을 마신 경우는 고려 대상에 들지 못 하고, 정말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게 정황 증거 등에 의해 입증돼야만 한다.
◆음주 = 심신미약 = 감형?…NO! = 결국 '음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다'는 조건에서 중요한 건 '음주' 자체가 아닌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술 때문에 형이 감경되는 게 아니라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사실 때문에 감형되는 것이고, 단순하게 '음주'와 '양형'을 직접 연관짓는 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셈이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어도 심신미약 상태까지 가지 않았다면 음주 사실은 양형에 영향을 못 준다. 이는 판례를 통해 잘 설명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일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마친 뒤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범행 동기와 경위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해 진술하고 있는 점, 범행 후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아니라 범행 도구를 수로에 버려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는 피고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마치 음주 사실 자체가 감형 사유가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술을 마신 것 자체와 양형 사이에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