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란은 없었지만, 뜻밖의 유학생 시위대를 보고 적잖이 당황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공부만 하던 유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원한 건 딱 하나! 너무 비싼 대중교통 요금을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FAIR FARE'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동등한 대우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출한 것이다.
호주에는 버스와 기차, 트램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데, 모두 멧카드(Metcard) 한 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환승이 가능한 교통카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멧 카드의 요금이 너무 비싼 게 문제다. 멜번만 해도 구간에 따라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데일리 티켓'이 3.7~ 5.6A$(호주달러, 한화 약 3900~ 5900원)이고, 2시간 동안 이용 가능한 '투아워 티켓'이 2.3~ 3.3A$(약 2400~ 3500원)다.
호주의 대중교통은 비싼 요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엿장수 마음대로'인 배차 간격은 때때로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한다. 구간에 따라 보통 15~ 20분마다 한 대씩 배치돼 있는 데다, 일요일· 공휴일 같은 경우 거의 1시간에 한대씩 오기 때문에 갑갑하단 생각이 들기 일쑤다.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놓지 않아 정류소에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도 부지기수다. 호주 내에서 그나마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시드니조차 시티와 본다이정션, 스트라스필드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국에 살 땐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수단이 싸고, 편리한 지 정말 몰랐다. 외출할 때면 도로 위 자동차들을 보며 '나도 빨리 차나 뽑아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호주에 와보니 한국의 대중교통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때면 나도 모르게 집 생각이 난다. 한때 호주 사람들의 '느릿한 생활'이 마냥 부러웠던 나이지만, 결국 나도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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