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곳곳에선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2NE1의 'I don’t care'가 끊이지 않는다. 한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천국의 계단'과 '풀하우스'는 자국의 인기배우들로 새롭게 구성한 신판으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 중이다. MP3 안에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카라, 샤이니의 노래를 다운받아 놓고, 콧소리로 흥얼거린다. 어느 나라 얘기일까? 바로 '한류의 중심' 필리핀의 풍경이다. 거리를 걷거나,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문득문득 이곳이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TV와 라디오에선 하루라도 한국 얘기를 안 하는 날이 없을 정도다. 필리핀에서 연예계 활동을 하다 한국으로 건너간 '2NE1' 산다라박의 인기는 필리핀의 권투 영웅 '마니 파키아오(Manny Pacquiao)' 못지않다. 몇몇 필리핀 친구들은 한국 사람인 나보다도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아 깜짝깜짝 놀란다. 친구들이 "어제 인기가요에 태양과 박봄이 나왔는데, 이번 솔로 곡 정말 좋더라", "윤아는 한 물 갔고, 요즘은 티파니와 태연이 대세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의견을 구할 때면 얼굴이 빨개지고, 머쓱해진다.
이런 모습은 7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필리핀 대학교에 입학 했을 당시인 2003년에 필리핀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 지도 몰랐다. 일본, 중국은 알아도 한국은 몰랐다. 친구들은 "삼성, LG, 현대 등의 기업이 정말 한국 기업이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일본, 중국은 뒷전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주몽, 대장금, 풀 하우스, 김삼순, 꽃보다 남자, 찬란한 유산 등 수많은 드라마 히트작들이 수년간 TV전파를 타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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