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수익률, 증시는 긍정적 VS 은행 대출은 도리어 감소
영국의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지난 3월 채권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 실시를 발표하면서 그 효력이 6개월 뒤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영란은행은 채권시장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1420억 파운드(2330억 달러)의 채권과 20억 파운드 규모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현재 영국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 규모는 1750억 파운드로 처음 계획보단 500억 파운드 불어났다. 다만 킹 총재가 주장했던 2000억 파운드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액수다.
6개월의 기간이 정책을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상당량 진행되면서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은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져 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쉬워졌다는 것. 메마른 유동성으로 허덕이던 기업들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수익률은 양적완화 정책 실시 이전보다 3%p 낮아진 3.61%를 기록하고 있다.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수익률이 50bp 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 적격 등급의 파운드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3월 초 대비 2%p 낮아진 6%다. 유로화 표시 회사채의 수익률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덕택에 가파르게 하락했다.
증시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비록 증시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 효과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채권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FTSE 지수는 영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이래 3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은행 대출 규모에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은 양적 완화 정책의 실패를 주장하는 이들이 드는 대표적인 근거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의 시기 동안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시중에 공급한 자금이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
상업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3월4일 450억 파운드에서 지난 7월29일 1610억 파운드로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실컷 유동성을 공급해도 중앙은행으로 돈이 역류한 채 시중에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반기 영국 은행들의 대출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상반기 RBS와 로이즈뱅킹그룹, 바클레이스 등 3개 대형은행은 대출 규모를 1650억 파운드 줄였다, 특히 RBS와 바클레이스는 유럽 대형 은행 중 최대폭인 11% 축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 역시 다른 통화보다 하락폭이 크다. 8월1일 이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5% 떨어져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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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의 조지 매그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미지의 영역(unknown territory)로 들어선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 글로벌 채권 담당 헤드는 "중앙은행 예치금이 확대된 것은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해서가 아니라 기업이나 가계가 대출을 원하지 않는 경기침체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RBC 캐피탈 마켓츠의 존 레이스 헤드도 "사람들이 대출을 하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단순히 은행들의 잘못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레이스 헤드는 앞으로 6개월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킹 총재가 공격적인 재정확대를 펼친 것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국채와 채권을 팔아치우고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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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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