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알에서 심장이 뛰어요!"
"꽁알꽁알..꽁알꽁알.."
노란 깃털에 빨간 연지곤지를 찍은 아기 왕관앵무들이 옹알이를 시작했다.
혼자 뒤뚱거리고 걸어다니며 옹알거리는 아기 앵무새들을 보면 "비맞은 중 염불하듯"이라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태어난지 넉달된 우리집 아기 앵무새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자네 집의 왕관이 부부는 평소 둘이 그다지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꼬박 꼬박 아기 왕관이들을 낳아 길러내는 사이다.
이번 아기왕관이들이 태어난 것은 지난 4월. 지금 8월이 새로 시작됐으니 거의 4개월이 됐다. 이녀석들이 알 상태였을 때 부모새는 모이까지 굶어가며 열심히 알을 품었다.
평소 모이를 줄 때마다 "이 주인님께서 열심히 일을 해서 너희들에게 이렇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거란다"하며 생색을 내온 기자도 이 때 만큼은 일장 연설을 뚝 끊은 채 부모새의 건강을 걱정했다.
처음 태어났을 때 아기 앵무새들의 크기는 딱 100원짜리 동전만 했다. 보일락 말락한 여린 털과 눈도 채 뜨지 못해 그저 이런 작은 것이 생명체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알을 깨고 나온 것도, 어미새에게 모이를 얻어먹을 때는 여린 팔다리를 파닥거리고 짹짹 우는 것도 경이롭다.
미약한 소리로 짹짹거리던 아기 왕관이들은 지금 사람으로 치면 '미운 세살'로 생각될 만큼 '미운 4개월' 상태다.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은 뭐든지 입으로 해결하려는 아기앵무새들의 습성이다. 아기들의 반사적 행동에 '흡철반사'가 있다. 사물을 인지할 때 무조건 입에 넣어 확인하려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어린 생명체는 성장과정이 비슷한 것일까. 아기 앵무새들도 지금 흡철 반사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다.
이 녀석들이 제일 좋아하는 물건은 전선이다. 고무로 된 부분을 물어 뜯고 전선을 붙잡고 앉아있기를 참 좋아한다. 종이나 볼펜을 물고 다니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아기앵무새들은 무엇이든 입에 넣어 핥아보고, 물어 뜯고, 빨아먹는, 호기심 많은 아기새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부리갈이를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지만 상황이 이쯤되니 아기 앵무새들의 운동시간이 되면 이 녀석들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애착을 나타내는 것도 특징이다. 새들의 가장 큰 본능인 '각인'에 따른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유식을 먹여서 키운 보람일까. 아기 앵무새들이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발등에 올라앉은 채 내려가려고 하지 않아 걸을 때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새장에서 꺼내주지 않으면 창살에 부리를 걸고 기다린다. 손목에 올라앉아 순한 아기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앞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최근 '개구쟁이'아기 앵무새들에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다. 옹알이를 시작한 것이다. 꽁알 꽁알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더니 어떤 날은 제법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더니 어느날 오후 아기새들이 나란히 앉아 "안녕"이라고 말을 했다. (이쯤에서 기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고 있다면 진정하시길.)
평소 부모새가 말을 잘하는데 그중에서 유독 잘 쓰는 단어가 "안녕"이다. 역시 언어에서 리스닝 교육의 효과는 탁월했다.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부모새의 말을 듣고 따라한 것이다. 새들끼리 말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단 여러마리가 나란히 앉아 인사를 하니 조금 정신이 없기는 하다.
한 애조인은 생명의 신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알에서 심장이 뛰어요!"라고.
실제로 집에서 아기새가 탄생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탄성이 나올 법한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물체에 불과했던 하얀 알이 조금씩 핏줄이 생기고 급기야 부화 직전에는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존재가 되는 과정.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기쁨이야말로 새를 극도로 기피하던 기자가 새를 기르면서 느끼게 된 최고의 감정이다.
우리집에서 태어난 '심장이 뛰는 알'은 지금 기자의 옆에 앉아 키보드를 만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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