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충북 괴산고등학교 방문이 온라인 세상에서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괴산고'는 지난 주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괴산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제는 이 대통령이 학생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불거졌다. 농산어촌 기숙학교인 괴산고등학교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과외 많이 해서 좋은 대학 가는 시대는 끝낼 것"이라면서 학생들과 하트를 그려 보이는 화기애애한 사진을 촬영한 것.

이 사진이 각 언론 등을 통해 인터넷에 게재되자 1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문제가 촉발됐다. 댓글의 내용은 긍정적인 것 보다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심지어는 같이 사진을 찍은 학생들과 학교까지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하지만 수 천개의 댓글에 놀란 것은 청와대가 아니라 함께 사진을 찍은 학생들인 것 같다. 급기야 사진 속 한명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웃고 싶어서 웃습니까"라며 "악플을 달지 말아달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이 올린 글에 따르면 당일 학교는 경호원과 특수경찰들로 완전히 통제됐고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웃음과 하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대통령이 올 때까지 교실에 앉혀 두고 화장실도 못가게 했을 뿐 아니라 휴대폰, 물, 문구용 칼 등도 압수당했다"며 "학생들도 힘들었으니 악플은 자제해 달라"고 적었다. "전날 부터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연습에 지쳤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학생이 올린 글은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며 이번 사진으로 인한 공방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단순한 '하트 사진 논란'에서 '학생 동원 논란'으로 범위가 확산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괴산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잇달아 접속해 "학생들을 동원해 사진을 촬영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 학교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게시판이 폐쇄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또한 블로그나 각 포털의 토론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이번 사건을 전하면서 "억지로 사진을 찍게 하는 등 학생들을 전시 행정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높은 사람이 오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하는 것이 군대와 다를 바 없다"고 비꼬는 네티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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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사진을 찍을 때 웃으라고 하고 다양한 포즈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학생동원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에 대한 사전 조치나 경호, 의전 등은 늘 있던 일"이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대통령 앞에서 찌푸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건의 확대를 경계한는 글도 보였다. "대통령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고 학생들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더 문제"라고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다.


괴산고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둘러싼 온라인 세상은 논쟁이 식을줄 모르는 가운데 "부디 학생들이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문제의 본질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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