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후회를 희망으로 바꾸고 싶다"
"어두운 밤에 빛을 밝히는 ‘지혜’의 새, 부엉이. 부엉이 바위위로 수백만의 부엉이가 깨어나 날아오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십 여년 전부터 부엉이 인형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한명숙 전 총리는 13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지낸 뒤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한결같이 부엉이 인형은 제 삶의 입구를 말없이 지켜주고 있지만 요즘은 부엉이 보기가 두렵다. 왜 하필이면 부엉이 바위였을까"라며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잔잔한 미소가 커다랗게 뜬 부엉이 인형의 눈망울에 서글프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께서 오르신 부엉이 바위가 천근 무게로 가슴을 짓누른다"며 "당신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도록 서럽게 외로우신 분"이라고 평했다.
자신이 총리로 재임하던 2006년 12월말 , 대통령께서 국정에 유난히 힘들어하실 때 총리공관으로 저녁 초대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 이창동 감독, 문성근씨, 2002년 대선을 위해 뛴 몇몇 문화계 인사를 함께 초대했다. 한 전 총리는 당시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야당과 보수세력은 물론 진보개혁세력마저 각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여론이 몹시 악화된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치와 문화에 관한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네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시던 대통령께서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여셨다"며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라는 말씀을 듣고는 코끝이 찡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으로 지낸 5년간 느끼셨던 절체절명의 고독에 대해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부끄러움을 토로했다.
한 전 총리는 "당신은 모두가 떠난 황량한 빈들에 홀로 서서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모진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오셨다"며 "검찰 출석 며칠 후인 5월 2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도 불면으로 인해 퀭한 눈으로 '결국 모든 게 수신제가하지 못한 제 탓입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죠'라고 말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백하거니와 저역시 당신께서 '다 떠난 줄 알았던' 사람중 한 명이었다"며 "당신이 검찰과 언론에 돌팔매질을 묵묵히 견디고 계실때도 침묵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산대 병원으로 대통령을 다시 만나러 가던 날 다리가 후들거렸고, 지켜드리지 못한 나약함이 죄스러워 차마 영정 속 당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전 총리는 하지만 "이제 그 부끄러움이 제 가슴에 단단한 다짐이 되어 박혀있다"며 "이제 두번 다시 국민께, 그리고 당신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의 희생이 당신의 마지막 대속이 떠난 줄 알았던 국민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며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역사는 진보한다'고 당신이 말한 것 처럼 이제 당신께서 오르신 그 부엉이 바위위로 자각하고 깨어있는 수백만, 수천만의 부엉이가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고 희망했다.
한 전 총리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후회를, 진실한 반성과 굳센 연대의 용광로 속에 남김없이 태워 이땅을 살아갈 사람들의 희망으로 바꾸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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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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