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 일가가 금호석화 지분을 크게 늘리면서 금호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그룹은 단일 지주사 체제 강화차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에서 박찬구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박찬구 회장의 계열분리를 통한 분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변동이 금호그룹내 형제들과 3세들간의 경영권 분쟁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분 황금비율'이 깨진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남 박찬구 회장 그룹 전면으로 부상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금호산업 주식을 전량 매도한 뒤 이 자금에 사재를 더해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였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지분율을 9.18%로 끌어올렸고 아들인 박준경 부장도 지분율을 9.02%까지 확대했다.
박삼구 회장(5.3%)은 지분변동이 없었고 아들인 박세창 상무만 4.71%에서 6.47%로 1.76%포인트의 지분을 더 사들였다.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도 10.01%에서 11.76%로 늘렸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의 지분 구도는 과거 박삼구ㆍ박찬구 회장 및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이 각각 10.1%씩을 보유하는 3각 황금비율이 무너지고 박찬구 회장 일가가 6.43%를 더 소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박준경 부자가 금호산업 주식 매각 금액 400억원의 두배가 넘는 1100억원을 들여 금호석화의 주식을 사들이고 특히 박준경 부장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던 금호석화 지분을 단숨에 9%까지 확대하자 형제승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해석에는 현재 금호석화가 보유중인 자회사 지분가치가 1분기 전체 자산총계 3조6072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1조4325억원에 불과하다는 것과 지분 추가매입전에도 오너일가( 34.7%)와 자사주(22%)를 합친 지분이 58.9%나 돼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미미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자산대비 39.7%에 불과한 자회사 보유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자회사 추가지분 매집이 불가피한 만큼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면서까지 금호석화 지분을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으로부터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에게 승계된 이후 1996년 박성용 회장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고 2002년에는 다시 셋째 박삼구 회장이 넘겨 받는 형제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전례가 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를 이끌고 계열분리를 통한 '분가'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금호석화가 떨어져 나갈 경우 그룹 전체의 신인도와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가 취약해져 금호그룹을 둘러싼 새로운 경영권 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지분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형제 중 누구라도 지분을 늘일 경우 자칫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 "지배구조 강화 차원일뿐"
이 같은 해석에 대해 금호그룹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차원일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우건설 및 서울고속버스터미날 매각 등으로 금호산업이 지주회사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게 확실시 돼 금호석화 단일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됐다는 것.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차대조표상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가 모회사 자산총액의 50%를 넘어야 지주사로 인정한다. 대우건설, 고속버스터미날 등을 매각하면 이 요건에 미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금호측의 설명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단일화할 필요성이 있어 이뤄진 지분변동"이라며 "아직 박삼구 회장이 지분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번 지분변동으로 박찬구 회장의 그룹내 위상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 지주사를 맡게 된 금호석화를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로 몰고간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했던 전력 또한 발언권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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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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