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초, IT 버블이 한창일때 코스닥 시장의 주역은 '인터넷 3인방'이라 불리는 기업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진 못했지만 미래 가능성 하나로 시가총액이 조단위로 급증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인터넷 3인방 중 하나인 새롬기술(현 솔본)은 한때 시총에서 현대자동차를 앞서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당시 반응은 달랐습니다. 직원 60여명의 새롬기술이 2만5000명이 넘는 현대차보다 높은 가치를 받는 이유에 대해 한면을 대부분 할애한 특집기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광란의 시대가 지나고 새롬기술이 가장 먼저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한창 각광받던 창업주는 구속까지 됐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의 운명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젠 유명 연예인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창업주가 물러난 후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최근엔 삼보컴퓨터를 인수한 셀런이란 기업에 인수됐습니다.

인터넷 3인방중 오직 다음만이 이재웅 창업주 체제 하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몇년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후 두번째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지만 이재웅 전대표의 위상은 여전합니다. 확실한 오너십과 함께 한 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사업기반도 탄탄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재웅의 다음 체제로는 뭔가 부족한가 봅니다. 인터넷 거품이 꺼진 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다음의 M&A(인수합병)설은 잊혀질만 하면 시장에서 회자됩니다. 과거엔 주로 KT 등 거대 통신그룹과 외국계 메이저기업들이 인수자로 거론됐지만 최근엔 다른 인터넷 기반 현금부자 기업들이 거명되고 있습니다.

G마켓을 팔아 수천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인터파크와 온라인게임 '아이온'의 대박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다음을 살 것이라고 입소문이 도는 종목들입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답변은 예상대로 양측 모두 검토하고 있지 않다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다음 주가는 두달여만에 4만원대에 진입했습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렇다고 다음의 M&A를 기대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M&A설이 나올때마다 '이재웅 사장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들이 핵심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왔지만 단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단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M&A 재료를 뺀 다음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증권 전문가들의 다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을 벗어나 빠른 실적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에 4만원대 중후반 목표가로 '매수' 의견을 내는 쪽과 성장모멘텀이 없다며 팔라는 쪽이 맞섭니다. 현주가와 비슷한 목표가를 제시하며 중립의견을 내는 곳도 여럿 있습니다.

다음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보는 대표주자는 우리투자증권과 동부증권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자로 다음 목표가를 3만63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투자의견도 '매수'로 바꿨습니다. 회사 탐방결과, 쇼핑부문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게임도 네오위지게임즈와 제휴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역시 4만8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동부증권은 다음의 실적이 1분기 저점을 확인하고, 2분기 반등을 할 것이란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2010년 검색광고 대행사 변경으로 광고단가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성장모멘텀이 없다며 다음에 보자고 합니다. 목표가 2만7000원에 보유(Hold) 의견입니다. 최근 네오위즈게임즈와 제휴에 대해서도 크게 모멘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난달 4일 국내 증권사로선 흔치 않은 '매도(Sell)' 보고서를 냈던 SK증권은 최근 중립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메리츠증권은 한달 반전 경기침체에 취약한 매출구조와 불안정한 영업비용 구조를 지적하며 목표가를 2만7500원에서 2만5200원으로 내렸습니다. 투자의견도 보유에서 매도로 직설적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채 한달이 되기 전, 스탠스를 바꿉니다. 검색광고 대행사 변경과 전자상거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4만2500원으로 훌쩍 높였습니다. 매도로 내렸던 투자의견은 다시 보유로 올렸습니다. 직전 보고서를 쓴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지난 1일의 일입니다.

이들 외에 다음을 분석하는 증권사들의 목표가는 3만원 중반에서 4만원 중반 사이입니다. '매수' 의견이 다수고, 중립이나 보유 의견이 소수지만 최근 4만원대로 올라선 주가를 감안하면 현재 목표가대로라면 보유 의견이 다수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주식은 매력이 없어진 것일까요. 다음이 수천억원대의 M&A 비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시장에 관련 '설'이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매력적인 회사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방문자 수에서 네이버(NHN)에 크게 뒤지지 않는 2위 포털입니다. 검색과 게임이라는 수익성 관련 지표를 빼면 포털 양강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난 12일 기준 다음의 시가총액은 5257억원입니다. NHN의 8조8314억원의 5.95%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차이는 두 회사의 실적에 기인합니다. (지난해 NHN의 순이익은 3630억원, 다음은 459억원이었습니다.) 결국 다음이 하반기 어떤 실적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음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의 손익이 결정될 것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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