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사소한 악재성 변수 간과하면 위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시인이자 작가로 어릴 적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일 것이다.
사실 릴케는 그의 죽음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릴케는 자신이 손수 가꾼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두 손가락이 찔리게 되고, 이것이 곪아서 한 쪽 팔을 쓸수 없게 된 후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최근에는 릴케가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백혈병으로 저향력이 약해져있던 터에 장미 가시에 찔려 파상풍이 발병했고 이것을 이겨내지 못했던 만큼, 장미의 가시에 찔린 것이 사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장미의 가시는 참으로 보잘 것 없다. 사람들은 장미가 가시를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보다는 겉모습의 화려함에만 주목할 뿐이다.
하지만 릴케의 죽음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이들에게는 장미의 가시가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마치 장미와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기회복'이라는 화려한 꽃잎에 둘려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이 품고 있는 가시들을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

먼저 대내적인 요인으로 북핵 변수를 들 수 있다. 지난 주 국내증시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온 북핵 관련 뉴스였다.
핵실험에 이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 정부의 PSI 참여, 북한의 군사적 타격 대응 발언, 워치콘 격상까지 각종 북핵 관련 뉴스가 쏟아져나오면서 주식시장에는 큰 변수로 작용했다. 물론 주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향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6월 첫날, 금융주를 제외한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된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강한 매수세를 보여왔던 만큼 공매도 허용은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수 있고, 외국인의 변심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만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가시는 수없이 많다.

먼저 영국의 재정파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국가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S&P는 최근 현재 영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12.4%로 증세 및 긴축재정이 없을 경우 국개의 순채무가 GDP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고, IMF 역시 영국의 재정상황 악화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GM의 문제도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파산보호신청을 낼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GM의 파산은 고용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주 고용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이것이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금융주의 불안한 흐름도 변수다.
미국의 중소은행 중 500개가 자본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다, 지난 5월말 무디스가 한국의 12개 은행에 대해 재무건전성 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는 점도 여전히 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주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끌어왔던 장본인인만큼, 금융주의 개선 없이는 경기회복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1400선 부근에서 한달 가까이 매매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매물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에너지 비축과 함께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모멘텀 부족이 가장 큰 악재로 거론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1400선 안착이 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지표 회복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아직까지 엇갈리는 경제지표가 등장하고 있고,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강력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시장의 체력이 그리 강하지만은 않다.
장미의 화려함에 속아 무턱대고 손을 내밀다가는 가시에 찔릴 수 있다. 약한 체력의 증시에는 사소한 가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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