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황파고 넘어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20층에는 TDR(Tear Down & Redesign)룸이다. 이 룸의 벽면에는 '눈물 없인 혁신 없다!' '계량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낭비 제거! 부가가치 창출!' 구호가 적혀있다.

팀의 이름에서도 '전기사용자 실명화를 통한 효율적 서비스 제공기반 조성'을 연구하는 팀은 '명명백백팀', '발주 및 납품제도 개선을 통한 재고감축안'을 만들고 있는 팀은 '재고박살팀'이다.

TDR룸은 작년 8월 취임한 김쌍수 사장이 만든 '경영혁신의 산실'이다. 문제를 손에 잡히는 수준까지 풀어헤쳐서(Tear Down)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사고와 방식에 따라 경영시스템과 서비스를 재구성(Redesign)해 효율성을 높이는 신경영혁신기법이다.

TDR에는 2만370여 명의 직원 중에서 선발한 정예요원 3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문서 간소화, 콤팩트형 변전소 모델 개발, 변압기 교체기준 개선 등 시범과제 3건만으로 1117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136개 과제를 선정해 실행하고 있다.

한전은 그 동안 한시의 오차, 한치의 틈도 없는 강도높은 스피드 쇄신인 것이다. 2420명 규모의 인력감축안을 통과시켰고 배전 및 판매조직과 송ㆍ변전조직으로 분리돼 있던 사업소를 지역별로 통합하고 본사 조직과 해외지사, 물류센터를 대폭 축소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혁신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한 의식변화 프로그램인 ACT(Action & Change Training)교육은 김쌍수 사장이 LG전자 시절 만든 블루오션혁신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ACT교육은 1박 3일 동안 진행하는데 1일은 무박으로 한계극복체험을 하도록 돼 있다.

한전은 이런 노력을 통해 지난해 1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4%나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올해도 초긴축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추가적인 낭비요인 발굴과 업무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1조원의 추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쌍수 사장은 그러나 줄일 것은 줄이나 늘려야 할 것은 늘려야 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해외사업수주와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위해 지역별로 돼 있던 해외사업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했고 원자력사업부문 인력을 보강했다. 자원개발팀, 녹색성장팀은 본부장 직속으로 격상했고 특허팀과 스마트그리드(Smart Gridㆍ인공지능형 절전시스템)조직을 신설했다.

그 결과 한전은 필리핀 세부, 사우디, 카자흐 등의 대규모 발전사업을 수주했고 에콰도르 정부와도 수력개발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풍력발전사업에도 뛰어들어 중국 간쑤, 내몽고 발전소 사업을 잇달아 따냈다.

한전은 해외 매출을 올해 5081억원, 전체 매출의 1.6% 수준에서 2020년엔 약 18조원, 전체 매출의 22.5% 수준으로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