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인 지난 2일 오후 6시 족발과 보쌈 등 각종 돼지고기 음식점들이 즐비한 서울 장충동 거리. 연휴 첫 토요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인 A음식점의 김 모 사장은 "신종 플루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뚝 떨어졌다"면서 "50년 장사하면서 처음 있는 경우로 이러다 가게문을 닫을 처지"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음식점에는 어제 예약이 3건 들어왔으나 이중 2건은 갑자기 취소됐다고 한다.

부근 다른 식당의 사정도 마찬가지. 삼겹살과 돼지갈비 등이 주메뉴인 B식당은 평소 하루 2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다섯 테이블도 채우지 못했다. 사장 박 모씨는 "지난달 27일에는 한 팀만 와서 고기 대신 밥만 먹고 갔다"면서 "한동안 휴업을 할까 고민중"이라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신종플루가 서민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외식 소비가 침체된 가운데 신종플루로 돼지고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민음식이라 할 수 있는 돼지고기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 질병의 명칭이 '돼지독감ㆍ돼지인플루엔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바뀌고 조리해서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찾아오는 사람이 늘긴했지만 돼지고기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 조차 멕시코산인지 미국산인지 일일이 따져보고 주문을 하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보통 이 시기는 날이 풀리면서 외식하는 가정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하는게 정상"이라며 "처음 발생 시점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으나 예년과는 비교도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신종플루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당분간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거의 절반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농협 하나로클럽 3개 매장(양재ㆍ창동ㆍ전주)의 하루 돼지고기 매출액은 69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반 토막(-56.5%) 났다.

돼지고기 음식점 사장들은 정부가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계의 피해가 확산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C음식점 사장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외식이 줄어 어려웠는데 아무 연관이 없는 돼지고기에 대한 불신이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즉각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최근 폭락세를 보이던 돼지고기 값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육(뼈에 살코기가 붙은 형태)의 도매시장 시세는 지난달 30일 ㎏당 3745.5원에서 1일 3925.9원으로 4.8% 올랐다. 그러나 양돈농가들은 아직 낙관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명칭 변경도 있었지만 연휴 기간 나들이객들의 돼지고기 수요가 많을 것이란 예상에 일시적으로 값이 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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