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신한 "아직 시기상조 안정 찾아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신용경색으로 금융권 인수합병(M&A)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금융권 수장들이 각기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시장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면서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한편 경제 지표들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부터 입질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연내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분분하다.
이에 따라 움추렸던 M&A시장에 대한 은행발 일대 지각변동이 언제부터 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취임초와 현재의 금융상황이 너무나 다르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점차 풀리고 있어 올 3분기부터 시장이 점차 회복이 된다면 M&A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일단 자본확충펀드 등 자금확보와 관련한 현안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금융위기에 따른 영향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 회장은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빅3'(국민, 신한, 우리금융) 간에 대등합병이 일어난다면 400조∼500조 원의 은행이 탄생돼 아시아 10위, 세계 50위권 근처가 된다"며 "'빅3'와 합병이 안돼 100조 원대 은행과 합병된다면 자산 350조원으로 시작해 500조로 키운다는 전략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며 M&A 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할 정도로 메가뱅크가 국내 은행의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연내에는 M&A에 대한 가능성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CEO들도 많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M&A를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은행의 경우 경기가 저점을 찍고 나서도 대손충당금 적립이 후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더 있어야 하는 등 안정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M&A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행장은 이어 "금융위기가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금융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금융권 내 새로운 M&A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한의 이백순 행장도 얼마 전 간담회에서 "3년 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할 때도 겹치는 고객이 꽤 있었다"며 "국내 은행끼리 M&A를 한다면 고객 중복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강점은 소매 금융에 강하다는 것"이라며 "이를 살릴 수 있는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국내에서의 M&A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권 M&A시장을 주도할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시각이 다름에 따라 하반기 금융권 M&A에 대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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