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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 "작은 키가 오히려 장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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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류덕환은 인터뷰를 위해 앉은 기자에게 동전 모양의 초콜릿을 건넸다. 순간의 달콤함이 인터뷰의 피로감과 긴장감을 씻어내며 편안한 대화로 유도한다. 1987년생으로 올해 스물둘의 젊은 배우 류덕환은 아홉 살 때 연기를 시작해 연기 경력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는다. 신인배우 특유의 활어 같은 생명력과 중견배우 뺨치는 노련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 "'그림자 살인'이 스릴러인가요?"

영화 '산전수전' '묻지마 패밀리' '어린 신부' '웰컴 투 동막골' 등에서 어린이 혹은 소년 역할로 출연하며 조금씩 연기력을 쌓아가던 그를 알린 것은 2006년작 '천하장사 마돈나'다. 류덕환의 호연에 대종상, 청룡영화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이 신인배우상으로 화답했다.

화려한 주연 데뷔에 비해 후속타는 시들했다. '아들' '우리동네'의 부진을 딛고 그가 선택한 영화는 황정민 주연의 탐정추리극 영화 '그림자 살인'이다. 류덕환은 나이에 어울리는 의학도 광수 역을 맡아 황정민과 콤비를 이뤄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해간다. 연기파 배우 두 명이 만났으니 꽤 멋진 조화가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류덕환은 '그림자 살인'을 선택하게 된 것은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처음 든 의문은 엉뚱하게도 "이 영화가 과연 스릴러일까" 하는 기본적인 장르적 분류였다.

"저는 이 영화가 스릴러인데도 스릴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읽으면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거든요. 광수는 시나리오처럼 정말 진지한 인물이어야만 할까? 진호(황정민 분)와 순덕(엄지원 분)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 인물일까?"

류덕환은 궁금증을 수첩에 꼼꼼히 적어 박대민 감독을 만났다. 그가 박 감독에게 영화에 관해 처음 꺼낸 말은 "이런 게 궁금해서 오게 됐다"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류덕환은 "제가 하든 안 하든 광수는 재미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라는 당찬 제안을 첫 만남에서 내놓았다. 바로 류덕환의 캐스팅은 결정됐다.


● "길에서 자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기타 연주도 했죠"

류덕환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배우처럼 보였다. 그 모든 궁금증은 대부분 연기로 수렴된다. '그림자 살인' 출연을 결정한 뒤에도 먼저 캐스팅이 결정된 황정민이 "어떤 사람일지, 나와는 잘 맞을지, 유머스러울지 아님 진지할지 궁금했다"고 눈을 초롱초롱 뜨며 말했다.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류덕환을 배우로 만드는 힘 중 하나다. 세상이 궁금해서 그는 얼굴이 알려진 지금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니며 사람들의 특징들을 관찰한다. "사람들의 자는 모습, 묵묵히 신문만 보는 모습, 노래 듣고 장난 치는 모습 등 모든 걸 관찰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에서 배우로서 철저한 직업정신을 느낄 수 있다.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년을 연기해야 했던 '천하장사 마돈나'를 위해서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다 쳐다보고 다니며 걸음걸이, 물 마시는 모습, 머리 쓸어 내리는 모습 등을 모조리 머리 속에 담아뒀다"고 설명했다.

류덕환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숙까지는 아니어도 길에서 자보기도 하고 연주도 할 줄 모르는데 이상한 기타 하나 들고 눈 가린 채 길거리에서 연주해보기도 했다"며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건 제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키 때문에 콤플렉스는 없어요"

이른바 '꽃남'이 대세인 세상에 류덕환은 연예인으로선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가 작다는 점마저도 그는 장점으로 생각한다. 전국 최고의 '꽃남'들이 모인 연예계이지만 그는 단신을 콤플렉스가 아닌 장점으로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함마저 갖췄다. 얼굴은 동안인데 생각하는 건 보통 '애늙은이'가 아니다.

물론 그도 "어렸을 땐 키 때문에 연기를 못할 것이라 생각도 했다"고 할 만큼 고민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고쳐 먹게 한 건 '웰컴 투 동막골'에 함께 출연했던 신하균이었다. "제겐 은인이죠. 제가 키 이야기를 하니까 형이 저보거 정말 멍청하다고 하더라고요.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러 오는 거지 키를 보러 오는 건 아니라고 했죠. 그러면서 자기가 담배를 끊을 테니 그 대신 다시 피는 순간까지는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하는 거에요. 까마득히 어린 애에게 그런 약속을 해주는 형이 너무 고마웠어요."

알 파치노의 키를 따지며 연기력을 논하는 사람은 없다. 류덕환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생각해보니 그걸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키큰 배우들이 경쟁할 때 전 개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이제 키 때문에 콤플레스는 없어요."

류덕환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빨리 늙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필요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어서 주름이 많아지고 싶어서"란다.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동안의 피부보다는 "굵은 주름이 표정 연기에 더 이롭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덕환은 오늘도 천천히 걸으며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관찰하고 있다. 그에겐 세상 모든 것이 연기의 일부이며 세상은 그에겐 거대한 무대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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