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장 안된다 으름장..하소연하면 금리 높여 만기연장
중기대출 심사도 한 달 이상 소요 '발만 동동'
신보 "밀려드는 보증업무 감당 어려워"..1인당 30건씩 지연
# 시중 K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 김씨는 최근 은행을 찾아 대출을 1년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은행은 회사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져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김씨는 몇 일동안 은행 지점장을 찾아가 연장을 해달라며 하소연했다. 지점장은 원래는 안 되는데 특별히 해준다며 2%가량 금리를 올렸다.
# 중소기업 대출이 확대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중 S은행을 찾아간 이씨는 은행을 통해 어렵게 대출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음 결제일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씨는 보증을 위한 심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보증 심사는 한 달이 돼서도 끝나지 않았고, 대출대금이 손에 쥐어졌을 때는 이미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한 상황이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이은 '중소기업 만기연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출심사에 1개월이 넘게 걸리는 등 문제점이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금융권이 연장 과정에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 전액의 만기를 연장해 실물경제를 지원해 줄 것으로 요구했고, 이를 위해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통해 시중은행들에게 20조원 자금을 수혈키로 했다.
하지만 막상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을 받으러 간 업체 사장들은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지점장들이 만기연장이 안될 것처럼 으름장을 놓다가 사정사정 하면 '본점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해 주겠다'며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 만기 연장과 함께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펀드나 예금 가입 등 불법 꺾기를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영상제작사를 운영하는 김지형(가명)씨는 "하루종일 은행에 가서 만기 연장을 해달라고 하소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중소기업들의 만기연장을 무조건 해주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은행들과 대기업들의 특별출연금을 통해 신보와 기보는 100% 보증을 해주도록 돼있다.
하지만 보증을 위한 심사 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대출을 해준 은행 직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출이 모두 완료돼야 상부에 보고도 하고 정부의 대출 실적 채우기에도 성과를 올릴텐 데 심사 완료를 아무리 기다려도답이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승인해도 보증 심사하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부도위기에 처해있는 기업들이 대출에 성공해도 막상 보증 심사가 지연되면서 부도가 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와 기보 입장도 난처하기만 하다.
신보의 경우 전체 86개 영업점과 15개사무소에서 보증업무를 실시하고 있지만 쇄도하는 보증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1인당 처리못하고 밀려있는게 30건 가량이 된다"며 "영업점 직원이 하루에 아무리 조사를 많이 하더라도 4∼5개가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초부터 설자금지원에다 전체 보증규모 중 72%를 상반기에 보증키로 해 보증업무가 많이 밀려있는 상황"이라며 "보증을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속히 받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밀려드는 보증업무를 감당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보는 신속한 보증 지원을 위해 현재 영업본부와 본부부서에서 총 62명을 영업점에 파견했으며, 내달 2일 인턴직원 200명을 채용해 영업점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임금피크제 7명도 투입했으며, 퇴직자도 업무에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급한 보증 심사기간 단축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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