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서비스 '5달러의 힘'

[강소기업 해외신화] <10> 마크로젠
48시간내 분석...실시간으로 확인 가능
해외 주요지역 고객 맞춤화 전략 주효

"5달러만 보내세요! (Just send $5!)"
　
2002년 2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한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의 광고가 실렸다. 어찌보면 스팸 메일 문구같지만, 다름아닌 마크로젠(038290)(대표이사 이병화, 김형태)의 '단돈 5달러'에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다소 공격적인 광고였다. 2000년대 초에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관련업체가 드물 뿐더러 가격도 10~20달러로 마크로젠이 제시한 가격보다 비쌌다.

그로부터 7년 후. 마크로젠은 올 2월 바이오벤처로선 보기드문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후반기 매출액이 110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배 이상 증가한 28억원이었다. 회사창립 이후 사상 최고 실적이다. 유전자 분석 사업에서의 해외수출이 급증한 결과다.

2000년 당시 마크로젠은 산업미생물인 '자이모모나스'의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완료하고 곧바로 한국인 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하는 등 유전자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문제는 고객 확보였다. 사업 초기부터 국내시장의 한계를 느낀 마크로젠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네이처 광고와 더불어 해외 바이오 관련 전시회 및 학회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잠재고객을 발굴에 나선 것이다.
　
마크로젠의 가격정책과 공격적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다. 이 회사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 해외 고객 수는 2005년 60개국 3200명에서 2008년 100개국 9000명으로 늘어났다. 고객들 대부분이 개인이 아닌 생명공학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교이기 때문에 전세계 대다수 생명공학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인 2002년 4300만원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은 2008년에는 300배에 가까운 113억원을 기록했다.
　
마크로젠의 경쟁력은 독자 개발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 관리 시스템인 '림스(LIMS)'다. 림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분석을 원하는 자신의 유전자 샘플을 마크로젠이 요구하는 간단한 규격에 맞춰 준비한 후 국제특송서비스를 통해 발송하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 발송한 샘플은 도착 및 등록 후 48시간 내에 유전자 분석이 완료되며 그 결과는 고객이 열람할 수 있도록 다시 림스에 등록돼 제공된다. 마크로젠이 확보하고 있는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 공정과 유전자 분석 처리는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한다.
　
마크로젠은 현재 해외 시장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 서비스 도달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주요 전략 지역 고객에겐 현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가 증가함에 따라 고객 요구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 시장 우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2005년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2007년에는 일본 도쿄에 두 번째 해외 서비스 랩을 설립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 유럽지사를 설립해 올 3월부터 유럽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마크로젠은 앞으로도 세계 주요 거점 지역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ㆍ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형태 대표이사는 "수십 개국을 돌며 20대 초반의 연구원부터 60대의 연구소장까지 만나지만 늘 '어떻게 대표이사가 직접 왔느냐'란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우리 회사는 고객의 요구와 만족이 최우선이라 당신의 의견을 '직접' 들으러 왔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