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S, 팀 중심 조직력 강화 의사결정 스피드 높여..본부장 권한 확대
삼성SDS 김인 대표의 출근길이 분주해졌다. 지난 1월16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김인 대표가 삼성네트웍스 대표를 겸직하면서 생긴 변화다.
1주일에 3일은 삼성SDS로, 나머지 2일은 삼성네트웍스로 출근한다. 삼성SDS로 가는 사흘도 이틀은 선릉 1사옥에, 하루는 분당 2사옥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삼성SDS 김세호 홍보팀장은 "대표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지만 이번 겸직은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간 협력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2007년 기준으로 삼성SDS의 매출은 2조4547억원, 삼성네트웍스는 6507억원이다. 김 대표의 겸직은 3조원대에 이르는 두 조직간 '2인3각'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SDS의 키워드는 스피드
1월16일 삼성 사장단 인사, 1월19일 임원 인사, 1월22일 조직개편.
국내 대표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의 조직 정비는 불과 1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업부 조직은 팀 중심으로 개편됐으며, 76개 사업부도 8개로 축소됐다.
김인 대표는 "종래의 사업부 중심 조직체계를 팀 중심으로 간소화한 것은 의사결정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공공SOC와 금융, 하이테크 사업부는 컨설팅, 영업, 개발팀이 각각 존재해 사업부별로 영업부터 개발까지 독립적인 운용이 가능해졌다.
공공SOC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업팀이 사업을 따오면 개발팀에서는 개발만 하는 등 기능별로 구분됐던 것이 이제는 업종별로 묶이면서 조직력이 한층 강화됐다"며 "영업부터 개발까지 한 사업부에서 처리되면서 프로세스가 한결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같은 사업부에 속한 영업팀과 개발팀끼리는 공동의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해진 것도 이번 조직개편의 긍정적인 변화로 빼놓을 수 없다.
◆ 본부장 권한 대폭 강화
김인 대표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사업 본부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 스피드 경영의 구조적 기틀을 다졌다. 본부장에 힘 몰아주기는 삼성네트웍스 대표 겸임으로 인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김 대표는 "현장 책임경영 정착을 위해 단위 조직의 운영권한을 본부장에게 대폭 위임했다. 앞으로 본부장 책임아래 더 많은 의사결정이 현장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관계자는 "김 사장한테는 본부장이 업무에 대한 보고를 하는 정도이며, 사실상 모든 권한을 본부장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인 대표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월요일 썼던 '월요편지'가 '경영노트'로 바뀌면서 본부장이 번갈아가며 글을 쓰게 된 것도 본부장들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SOC 윤석호 본부장은 2월9일자 '경영노트'에서 조직원들의 신바람나는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 삼성네트웍스와의 협력은 합병 수순?
김인 대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는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와의 관계 설정이다. 김인 대표의 양사 겸직에 대해 삼성SDS측은 "양사간 시너지 강화를 위한 협력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삼성네트웍스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그룹2사업부의 황보현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소규모 인사를 단행, 합병을 고려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인 대표는 매주 화ㆍ목요일에 삼성네트웍스로 출근해 팀장급 이상 임원들과 경영회의를 갖는 등 업무파악에 매진하는 한편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네트웍스의 한 직원은 "해마다 12% 안팎의 성장을 해오고 있지만 삼성SDS와 힘을 합친다면 그 이상의 실적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간 합병이 이뤄질 경우 감원바람이 몰아닥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