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요? 배 부른 소리에 불과하죠.."

풍성해야 할 세밑이지만 건설업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암울하다.

최근 발표된 구조조정 명단이 건설업계를 싸늘하게 식어버리게 만들면서 설을 앞둔 훈훈한 풍경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 대신 얄팍한 상여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고 설 연휴에 연ㆍ월차를 붙여 하루 더 쉬기는 커녕 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살생부'와 다름없는 워크아웃(C) 등급과 퇴출(D) 명단에 포함된 건설사들은 휴일도 제대로 못 쉴 처지에 놓였다.

자금관련 등 주요부서는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며 기타부서도 회사의 존망이 걸려 출근 동정을 살피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워크아웃에 이름을 올린 한 회사 직원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가이드라인이 설 끝나고 나온다. 이에 대한 준비 중이다"며 "연휴는 쉬기로 했지만 일부 팀에서는 계속 나와 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의 재무담당 직원은 "앞으로 전개될 구조조정 자구노력 등 여러 방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설날 당일만 빼고 모두 출근해야 할 상황"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직원들은 어려워진 사정으로 회사가 아예 문을 닫거나 감원 폭풍이 몰아칠까봐 불평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휴일에 근무가 예정돼 있다는 한 직원은 "회사가 문닫는것 보단 낫긴 하지만 연휴 때 (회사)나와서 도대체 멀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체의 직원은 "회사가 지금 존폐 위기에 서 있는 관계로 전혀 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면서 "(연휴)쉬기는 할텐데 구조조정 자구노력 등 대체 방안 등으로 대기해야 할 듯 하네요"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구조조정 기업 명단이 발표된 직후 회사별로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되면서 연휴 직후 있을 채권단과의 협의에 앞서 휴일에도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생존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업체도 있다.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 한 재무담당 직원은 "이번 연휴가 끝난 직후 채권단 협의가 예정돼 있다. 채권단들의 협의 자리에는 건설사들도 참가해 입장 소명의 기회도 가질 계획이여서 업체들은 이 기회를 놓칠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전에 소명 자료들을 준비하려면 휴일 내 밤샘 근무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의 직원은 "공식적으로 연휴 동안 회사는 쉬기로 했으나 일단 TF팀 및 지원부서는 다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휴 동안에 계속 회사에 나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회사는 설이라며 벌써부터 들떠 있는데 우리들에게는 배 부른 소리"라며 "설 연휴 기간 동안 떡국 한 그릇 먹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한파로 이번 설 연휴 기간은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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