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거평그룹이 재기할까.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청호전자통신 인수를 추진, 다시 재계 전면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증권업계와 청호전자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0일 회계사 등 거평그룹 측 인사들이 본사에서 실사를 마쳤다. 이미 청호 측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단계로, 실사 후 본계약을 한다는 방침이다.
청호전자통신 관계자는 "거평 쪽에서 6명이 실사를 나왔었다"며 "곧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평 측 관계자 역시 "나 전 회장이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자금도 이미 확보했다"고 전했다.
거평그룹은 1990년대 재계의 총아였다. 대동화학, 대한중석 등을 연이어 인수, 성장가도를 달렸다. 95년에는 거평제철화학, 거평화학을 인수했고 97년에는 새한종금을 합병하기도 했다. 재계 28위까지 치솟으면서 탄력을 받았으나 외환위기 와중인 98년 한남투자증권 인수에서 무리해 결국 그해 5월 부도가 났다.
이후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승렬 전 회장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나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형집행면제 특별사면됐다.
한편 나 회장 일가는 여전히 무대의 중심에 있다. 나 전 회장의 외아들인 나영돈 전 기린 사장은 서현개발의 대표로 현재 기린의 주주로 있으며 기린의 대표이사는 이용수 전 대한중석 전무다. 이용수 사장은 나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기린에는 옛 거평그룹 관계자와 핵심 계열사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전자통신은 현재 전현직 임직원이 무더기로 피소된 상태다. 대표이사를 포함, 총 16명의 임직원이 배임 및 횡령건으로 소액주주로부터 피소된 상황이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청호전자통신 주가는 전일인 21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 전거래일 대비 14.81%(80원) 오른 6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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